“우크라이나를 이스라엘만큼 미국이 밀어줬으면 이겨도 벌써 이겼다”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미국의 대 우크라이나 지원이 이스라엘에 했던 것과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다. 1973년 4차 중동전 당시 미국은 단 한달 사이에 “비행기만으로도” 22,325톤의 무기와 물자를 지원했고 해상으로도 약 3만톤을 지원했다. 하지만 물자의 양보다 중요한건 무기의 종류였다. 미국은 F-4팬텀 전투기만 해도 최소 100대를 지원했고 전차와 장갑차등도 미군 현역 장비에서 빼서 수백대를 팍팍 밀어넣어줬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그렇다면 왜 미국은 지금 우크라이나에 이 정도의 무기 원조를 못하고 있을까. 일단 우크라이나가 이스라엘만큼 미국에게 전략적 가치가 있는 국가인지도 따져야겠지만, 이런 ‘가치’의 문제 이전에 현실적인 문제도 만만찮다.

가장 먼저 보급로의 문제다. 1973년 당시 이스라엘로 통하는 바닷길과 하늘길은 열려있었다. 지중해는 미 제6함대가 장악했고, 이스라엘 영토의 제공권은 이스라엘이 장악하고 있었다. 미국의 수송선과 수송기들은 직접 이스라엘의 항구와 공항으로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터키가 군용 함정의 흑해 통과를 봉쇄하는 상황이다. 미 해군이 해상 보급로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진입할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바닷길로 무기를 공급하기는 힘든 상황이고, 우크라이나 상공에도 여전히 외국 항공기들은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상당한 물류 문제를 낳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대로면 미국과 나토가 원조하는 물자들은 바다로든 하늘로든 폴란드에 먼저 도착한 뒤 그 곳에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되고, 그 곳에서 우크라이나 국내를 “직선거리로만 따져도” 최대 1,000km정도 이동해야 한다. 

평상시라도 이 거리에 대한 대량의 물자를 신속하게 이동하는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중이다. 그나마 철도나 도로등의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공격등으로 인해 물자의 수송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냥 훤히 보이게 이동하고 훤히 보이게 아무데나 쌓아둘 수는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여기에 원래 우크라이나의 물류 인프라 자체가 그렇게 발달한 편도 아니고, 또 우크라이나군의 군수지원 능력도 한계가 상당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물량을 밀어넣기만 할 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이스라엘은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려있기도 했지만, 일단 도착한 뒤의 국내 수송도 우크라이나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다른거 다 떠나서 우크라이나의 면적은 이스라엘 면적의 27배(…)다. 커버해야 하는 거리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4차 중동전 당시에도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서 최전선까지 직선거리로 가장 멀리 떨어진 곳도 대략 300km정도였다. 

이처럼 물류상의 문제가 있으니 플랫폼 숫자만 무턱대고 늘려주기도 힘들다. 예를 들어 HIMARS도 마냥 발사차량 자체만 늘려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 여기에 쓸 넉넉한 양의 탄약도 같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게 단 6발에 2톤이 넘는다. 딸랑 60발만 해도 HIMARS자체보다 무겁다. 미국이 HIMARS를 16대 넘겨준 뒤 숫자를 쉽게 늘리지 못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 탄약과 연료등 소모성 물자의 공급은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무기 공급보다 더 큰 문제다. 1973년의 이스라엘은 그래도 전쟁이 3주만에 끝났기 때문에 이런 소모성 물자의 공급보다 무기 그 자체의 공급에 더 우선순위가 올라갈 수 있었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지원에 의존하기는 했으나 탄약등의 기초 소모품 상당부분은 기존 비축물자에서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슬슬 7개월에 접어들고 있으며, 막대한 양의 소모품을 요구하고 있다. 

탄약과 연료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전차와 포를 줘도 무용지물이다. 특히 전쟁이 오래 지속되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런 소모품의 자급에 애를 먹고 있다. 결국 미국과 나토가 이 소모품의 공급을 전담하고 있는 중이다. 무기 적게 준다고 지원 자체가 적은게 아니라는 이야기이고, 플랫폼인 무기의 공급도 결국 이런 소모품의 지원과 연동되어 숫자가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훈련과 호환성의 문제다. 1973년의 이스라엘군은 미국이 주는 무기는 거의 다 받자 마자 쓸 수 있는 상태였다. 미국 조종사들이 전투기를 이스라엘 공항까지 몰고 가면 거기서 당장 국적마크만 이스라엘로 바꿔 칠한 다음 이스라엘 조종사들이 타서 실전에 투입할 정도였고, 전차도 이스라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거 운용할 전차병들이 직접 인수한 경우가 많았다. 1973년의 이스라엘군은 이미 팬텀이나 M48/M60등 미국제 장비를 주력으로 운용하던 상황이었으니 미국이 주기만 하면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다르다. 구 소련 장비로 운용되던 군대다. 설령 미국이 M1A2나 F-16을 줘도 그걸 받으면 실전에 투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다. 조작과 운용에 걸리는 훈련만 해도 몇달이고 그걸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유지보수하는 체계를 확립하는데도 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꽤 열심히 이뤄지는 셈이다. 전쟁이라는게 무조건 플랫폼(무기 그 자체)만 준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무기 그 자체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능력까지 같이 서포트한다는 측면에서, 과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이스라엘보다 덜 지원한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지는 좀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추가:)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량의 무기를 원조하기 쉽지 않은 또 다른 문제는 미국도 나토도 무기 생산량과 재고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73년의 미국은 설령 팬텀 전투기를 100대쯤 줘도 1년 안에 메꿀 수 있었다. 팬텀의 연평균 생산량은 200대가 넘었기 때문이다. 반면 F-16은 2020년 시점에서 130대를 납품하는데 5년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무기의 신규 생산이 옛날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실정이고, 또 냉전시대에 쌓았던 막대한 무기 재고도 지난 30년 사이에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어떻게 보면, 무기를 '안' 준다기 보다는 '못' 주는 쪽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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