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0U 조기경보기(위키피디아)
A-50U 조기경보기(위키피디아)

지난 1월 14일 오후 9시 무렵(현지시각), 아조프해 일대에서 작전중이던 러시아의 조기경보기 A-50U가 실종됐다. 주변을 비행하던 러시아 공군의 Su-30전투기가 같은 시각 미확인 항공기의 화재와 추락을 보고한 것을 토대로 보면 이 기체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또 비슷한 시각에 러시아의 공중지휘기인 IL-22M도 뭔가에 피격당해 기체가 파손된 상태로 러시아 공군기지에 불시착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직후 우크라이나군이 이 기체들의 격추와 피격이 자기들의 전과라고 주장한 것이다. 심지어 공식 발표로 나오기까지 했는데, 그렇다면 과연 우크라이나에 이걸 가능하게 할 능력이 있을까.

일단 우크라이나가 했을 가능성은 아주 없지는 않다. A-50U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레이더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지점)으로부터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PAC-2)의 대 항공기 요격 가능 사거리(최대 160km)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전선보다 살짝 후방의 우크라이나군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패트리엇 미사일이 운용중이다.

트위터에 올라온, 피격된 IL-22M의 꼬리날개. 비록 기지로 귀환은 했으나 만만찮은 파손을 입은 듯 하다.
트위터에 올라온, 피격된 IL-22M의 꼬리날개. 비록 기지로 귀환은 했으나 만만찮은 파손을 입은 듯 하다.
추락지점으로 알려진 장소에서 선을 그어보면 150~160km밖이 우크라이나군 후방이다.
추락지점으로 알려진 장소에서 선을 그어보면 150~160km밖이 우크라이나군 후방이다.

 

우크라이나에는 2023년 하반기까지 패트리엇 포대(1개 포대당 총 6기의 발사대 운용)가 총 3개 있었다. 2개가 미국에서 원조되었고 1개는 독일에서 원조되었다. 이 중 미국에서 원조된 것은 견인식 발사대와 레이더를 운용하기 때문에 수도인 키이우 방공에 고정적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독일에서 원조된 나머지 1개 포대가 일종의 ‘와일드카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 원조된 포대는 미국의 오리지널과 달리 미국제 발사대를 독일제 대형 트럭에 탑재한 자주형이다. 발사대뿐 아니라 레이더등의 부수기재들도 전부 같은 트럭에 탑재되어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이동해 방열하고 운용하다 짧은 시간에 철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탑재된 MAN사의 트럭 차대는 8륜 구동의 험지주행용이라 야전 기동성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이 독일제 패트리엇은 작년 5월 13일에 최소 4대의 러시아 공군기를 북쪽 국경지대에서 머지 않은 러시아 영공 내에서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동성을 살려 원래 우크라이나군 방공망이 설치되어있지 않던 지역에서 발사해 전과를 올린 뒤 빠지는 방식으로 러시아군을 타격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운용중인 독일의 자주형 패트리엇.
우크라이나군이 운용중인 독일의 자주형 패트리엇.

 

하지만 이 독일제 패트리엇은 그 뒤 수개월간 눈에 띄는 전과는 올리지 못했다. 러시아 공군도 운용 패턴을 바꾸는 등 대책을 세웠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우크라이나측이 1개 포대밖에 없는 독일제 패트리엇 운용을 자제한 것이 아닐까. 딸랑 셋 밖에 없는 포대, 그 중에서도 유일한 자주형 포대인 만큼 운용이 보다 신중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 8월, 독일이 1개 자주형 포대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고,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운용인원들이 독일 내에서 훈련을 받은 뒤 12월 초에 해당 포대가 직접 우크라이나 내로 반입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새 포대가 새로운 변수가 된 듯 하다.

당장 12월 23일, 헤르손 일대에서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폭격하려던 Su-34 세 대가 잇따라 추락했다. 우크라이나측은 패트리엇으로 이것들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는데, 짧은 기간에 같은 곳에서 여러대가 이렇게 잇따라 추락하는 것을 보면 신빙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1월 14일, 이번에는 조기경보기 격추를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우크라이나측 주장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긴 자주형 패트리엇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 같다. 비록 전장에 늘 머물면서 방공망을 제공하지는 못해도, 이런 식으로 러시아가 기존에 안전지대로 생각하던 곳들에서 러시아 기체를 잇따라 격추시키면 러시아 공군은 작전 범위를 최전선으로부터 짧게는 최소 수십km, 길게는 150km가량 뒤로 물려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IL-22M은 러시아 공군의 공중 지휘통제기다.
IL-22M은 러시아 공군의 공중 지휘통제기다.
지난 6월에 바그너 그룹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을 때 바그너측이 격추한 기체중 한대가 IL-22M이었다.
지난 6월에 바그너 그룹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을 때 바그너측이 격추한 기체중 한대가 IL-22M이었다.

 

지금보다 몇십km만 러시아 공군의 작전범위가 뒤로 물려도 최전선에서는 무시 못할 영향이 생긴다. 현재 러시아 공군은 우크라이나군을 타격하기 위해 미국의 JDAM등과 유사한 유도폭탄을 이용해 최전선의 수십km밖에서 공격을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야전 방공망이 제대로 대응 못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게 상당한 골칫거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 공군의 작전 범위가 지금보다 최소 수십km 더 뒤까지 밀려난다면 러시아의 유도폭탄 공격이 더 제약을 받지 않을까?

다만 변수는 있다. 이번 A-50U및 IL-22M의 격추 및 피격이 러시아측의 아군 오인사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이 벌어진 아조프해 인근에서는 러시아측의 공습경보 직후 사건이 벌어졌다는 주장도 있는데, 해당 해역이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보급에 ‘생명줄’이라 할 케르치 대교에서 멀지 않은 곳인지라 러시아측의 방공망이 상당히 강력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방공망이 아군 오인사격을 벌인 사례가 한두건이 아닌지라, 이번도 그런 케이스 아니냐는 이야기다.

결국 진실이 무엇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어쨌든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골치아픈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패트리엇이 무서워 공군 작전범위를 뒤로 물릴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조기경보기의 손실은 한대만으로도 러시아 공군에게 꽤 뼈아픈 손실이다. 이미 작년 2월에 벨라루스에 주둔했던 A-50 한대가 드론 공격으로 파손되어 장기간 운용하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현재까지 수리가 완료됐는지는 불명), 이번에는 아예 한대가 완전히 손실됐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군에서 A-50 계열 기체의 보유 수량은 15대, 그 중 실제 운용되는 기체는 8~10대 사이로 추정되는데, 이것도 실제 가동률은 썩 높지 않은것으로 추정되는데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주변에서만 조기경보기를 운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실제 우크라이나 공역에 조기경보기를 자주 체공시키기 힘든 실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대가 아예 사라졌다! 앞으로의 영향은 두고 봐야겠지만, 러시아 공군 입장에서는 꽤나 속터질 상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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