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측이 공개한, 파괴된 M1A1SA전차의 드론 영상. 적어도 블로우 패널이 날아간 것으로 봐 탄약고 유폭은 있던 듯 하다.
러시아측이 공개한, 파괴된 M1A1SA전차의 드론 영상. 적어도 블로우 패널이 날아간 것으로 봐 탄약고 유폭은 있던 듯 하다.

러시아 공군이 1주일간 큰 손실을 입었지만, 우크라이나라고 손실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2월 26일자로 우크라이나군은 1대의 M1A1SA전차를 손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손실이 바로 같은 날 있었다. 지대공 미사일인 NASAMS 발사대가 파괴된 것이다.

물론 전선에서 장비의 손실은 있는 법이고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손실 그 자체가 아니다. 어떻게 파괴됐느냐가 더 경종을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바로는 해당 NASAMS발사대는 러시아군의 장거리 유도로켓인 토르나도-S가 파괴한 듯 하다. 발사대의 위치는 최전선에서 약 52km떨어진 곳으로, 러시아군의 포병 타격거리 뒤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HIMARS에서 GMLRS로 장거리 후방 타격을 하듯, 러시아도 장거리 유도로켓을 통한 장거리 후방 정밀타격 능력이 향상됐음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러시아에게는 전쟁 전부터 이런 원거리 정밀타격능력 자체는 있었다. 문제는 ISR, 즉 표적을 찾아내는 능력이었다. 러시아의 ISR능력 낙후는 한동안 ‘때릴 능력은 있는데 표적은 제 때 못 찾는’ 상황을 연출했으나, 러시아도 드론등을 통한 ISR능력 향상을 통해 최근 수개월간 우크라이나 전선 후방에 대한 타격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NASAMS 포대 시설(헝가리군 보유분).
NASAMS 포대 시설(헝가리군 보유분).

 

특히 이번 NASAMS 피격은 우크라이나군의 향후 작전에 적잖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NASAM발사대 자체는 여전히 수십기가 운용중이지만, 문제는 전선 후방 50km 지점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면 더욱 더 후방으로 빼야 하기 때문이다(참고로 토르나도-S의 최대사거리는 120km). 이는 NASAM뿐 아니라 다른 방공자산들 모두 마찬가지로, 방공자산의 특성상 일정 시간은 360도가 탁 트인 공간에서 작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타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공자산이 더 후방으로 이동한다면 당연히 러시아 공군도 전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현 시점에서도 이미 방공자산들을 란셋과 같은 러시아 자폭드론의 위협때문에 예전보다 전선에서 더 뒤로 물린 상황이고, 그 때문에 최전선에 대한 러시아 공군의 근접항공지원도 작년부터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토르나도-S를 운용하는 9A52-4 다련장 로켓
토르나도-S를 운용하는 9A52-4 다련장 로켓

 

그런데 방공장비들이 토르나도-S나 이스칸더등의 장거리 위협때문에 지금보다 더 뒤로 빠진다면 러시아 공군기들의 작전 영역도 그에 맞춰 더 넓어질 것이고, 이는 우크라이나군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실 우크라이나가 F-16같은 서방제 전투기들을 원한 이유중 하나도 이런 러시아 공군의 위협에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다. 지상 방공망에만 의존해서는 이런 식으로 계속 전선의 적 활동영역이 야금야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서방측도 전투기 공여를 확정하고 진행중인 것인데, F-16뿐 아니라 그리펜도 스웨덴에서 공여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전투기들이 들어간다고 공중 열세가 갑자기 반전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러시아 공군의 활동을 견제하는 효과는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다만 빨라야 이번 여름부터 F-16이 실전배치될 상황이고, 실전배치된 뒤에도 최소 몇달은 우크라이나군이 숙달되어야 효과적인 작전이 가능할 만큼(그리펜은 이제야 공여가 논의중인 만큼, 올해 안에 실전배치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군은 한동안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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