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동안 많이도 떨어졌다
7일 동안 많이도 떨어졌다

지난 2월 17일부터 23일 사이의 약 1주일간, 러시아 공군은 진짜 굿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20일과 22일을 제외하면 매일같이 항공기를 손실했는데, 그것도 주요 장비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Su-34가 무려 6대. 거기에 Su-35도 두 대로 초음속 주력 전술기를 8대나 잃었다. 이들 대부분이 우크라이나군의 패트리엇등 방공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니 더 환장할 노릇이다. 하지만 2월 23일에 발생한 손실은 정말 뼈아팠을 듯 하다. 바로 A-50U 조기경보기와 IL-22 지휘통제기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환장할 노릇은 1월 15일에 이미 아조프해 상공에서 러시아군의 A-50U와 Il-22가 한번 격추당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야기로는 우크라이나측이 패트리엇 PAC-2를 S300용 레이더를 이용해 유도해 격추한 것 같은데, 이 때는 최전선에서 약 150~160km 정도 떨어진 위치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두 번째 손실은 최전선에서 200km정도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걸 보면 러시아 공군은 지난번 피격의 교훈을 살려 최대한 전장에 가까이 다가가되 지난번보다는 거리를 더 벌린 듯 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군 방공망의 아군 오사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

A-50U 조기경보기. 또 떨어졌다!
A-50U 조기경보기. 또 떨어졌다!
이번에는 최전선에서 200km쯤 떨어진 곳에서 활동했지만...
이번에는 최전선에서 200km쯤 떨어진 곳에서 활동했지만...

 

하지만 그 가능성을 높게 보기는 어렵다. IFF(피아식별장치)는 도대체 뭐하고 있었냐는 가장 기초적인 의문은 둘째치고, 아무리 러시아군이라도, 조기경보기 정도의 주요 전력자산이 전개된 곳에서 아군 방공망과의 작전 조율이 안 되었을 가능성은 너무 희박하다. 

게다가 이번에 조기경보기가 추락한 지역은 최전선에서 예전보다 더욱 멀리 떨어진 곳이고, 우크라이나군 항공기가 어차피 최전선 너머로 침입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RCS가 너무나 뚜렷한데다 운용 고도도 높은 조기경보기를 러시아군 방공망이 드론이나 순항미사일로 착각하고 격추시켰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으로 격추당했을까. 우크라이나측의 주장은 S200, 즉 SA-5 미사일이라는 것. 과연 이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 일단 제원표상의 사거리로만 보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최대 유효사거리가 약 300km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슷한 사거리에서 항공기를 격추한 실전 사례(?)조차 있다. 2001년에 러시아 여객기가 250km밖에서 쏜 S200미사일에 맞아 격추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표적용 무인기를 쏘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객기를 조준해 명중시켜버린 것인데, 여객기나 조기경보기나 속도와 고도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A-50U 피격의 주범으로 의심되는 S200(SA-5).
이번 A-50U 피격의 주범으로 의심되는 S200(SA-5).

 

우크라이나는 원래 S200을 2013년에 전량 퇴역시켰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아직 폐기처분하지 않은 물량을 되살렸을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폴란드가 2023년에 자국군이 운용하던 S200을 대부분 우크라이나에 공여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3년 동안 우크라이나가 S200을 지대공이 아닌 지대지 임무에 동원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하는 등 S200운용의 정황이 꾸준히 드러났는데, 이번에 원래 임무인 지대공 임무에 사용한 것 아닐까.

흥미로운 점은 지난 1월에 격추된 A-50U도 이번처럼 IL-22와 함께 피격됐다는 점(격추는 면했으나 크게 파손되어 불시착)이다. 같은 일이 두 번 겹치면 우연일 가능성은 한없이 희박한데, 그렇다면 A-50U와 IL-22는 기본적으로 같이 다니는 것이 SOP(표준 작전 절차)라고 봐야 한다.

이것은 아마도 A-50U의 한계 때문이 아닐까. 기본적으로는 조기경보통제기라고 분류되니 이것 하나로 조기경보와 지휘통제가 다 잘 되어야 맞겠지만, A-50계열 기체는 구 소련과 러시아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오랫동안 ‘지휘통제’ 능력쪽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지휘통제용 기체인 IL-22를 함께 운용하는 것 아닐까. 

이유야 어찌됐건, 만약 이번 사건이 진짜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조기경보기를 최대한 뒤로 밀어내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는 최전선에서 200km도 불안하니 조기경보기를 약 250km는 뒤로 물려야 하게 생겼는데, 이러면 제원표상에서 탑재된 레이더가 소형 항공기 정도의 표적을 확실히 탐지할 수 있는 거리인 230km를 넘어버린다(제원표상 최대 탐지거리는 650km이지만 고도나 표적 크기등의 한계를 감안해야 할 듯).

이번에 같이 격추된 것으로 알려진 IL-22.
이번에 같이 격추된 것으로 알려진 IL-22.

 

사실 우크라이나 공군 입장에서 러시아의 조기경보기와 전투기 조합은 우크라이나 공군의 활동에 상당한 위협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는 그 동안 조기경보기+전투기 탑재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조합을 통해 우크라이나군 항공기를 격추한 사례도 제법 있는 듯 하지만, 실제 격추 사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 공군의 전선 활동에 상당한 방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근접항공지원에 동원되는 Su-25등의 항공기들은 전선 주변에서는 진짜 ‘전신주에 닿을 것 같은’ 초저공비행을 강요당하고 있어 작전 효율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조기경보기를 전선 250km 이내로 늘 접근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특히 F-16이 운용되기 시작하는 이번 여름부터 상당한 메리트를 얻을 수 있다. F-16은 JDAM이나 SDB등 서방제 GPS유도무기 운용에 특히 유리한 플랫폼이라 포병탄약이 늘 부족한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는 러시아군 공격을 저지하는데 무시 못할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선 후방 100km이상까지 러시아 조기경보기의 탐지범위 안에 있으면 그 강점을 살리기는 매우 어렵다.

반면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전선에서 230~250k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최전선 주변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우크라이나 공군기가 러시아군 전선 후방으로는 못 들어간다 쳐도 -지상 방공망은 여전히 골치아프다- JDAM의 약 30~40km 투발거리와 JDAM-ER의 약 80km 투발거리를 감안하면 최전선 주변의 근접항공지원용으로는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월에 피격된 IL-22.
지난 1월에 피격된 IL-22.

 

러시아 공군 입장에서 또 골치아픈 문제는 A-50U 자체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A-50계열 조기경보기는 총 40대가 생산되었으나 현재 운용하는 것의 절대다수는 개량된 A-50U형이고, 그 숫자가 8대에 불과하다(구형 A-50까지 포함해도 2023년 기준 14대). 그리고 가동률이 높지 않아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기체는 4~5대 정도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런데 벌써 두 대가 격추된 것이다. 8대가 인도되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12년(2011~2023)임을 감안하면, 소모분이 금방 보충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편 우리도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이 있다. 구형 SAM(지대공 미사일)이라도 무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구형 SAM이 대량으로 운용되는 북한 방공망이 그렇다.

북한 방공망에서 대량으로 여전히 운용되는 SA-2, SA-3, SA-5등의 미사일들은 구형이지만 북한이 구형 상태 그대로 쓴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미사일들의 능력을 어떻게든 유지할 것이고, 특히 사거리가 긴 SA-5는 어떻게든 한미 연합공군 상대로 위력을 유지하게끔 애쓸 가능성이 높다.

즉 우리도 SA-5가 구식이라고 북한 방공망을 우습게 보지 말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가 이것으로 조기경보기를 격추시킬 수 있었다면 북한 역시 미사일 사거리 내에 접근하는 아군기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이에 대비하는 운용 전술 수립부터 장비 개발에 이르기까지, SA-5뿐 아니라 북한의 방공망 전반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하면 안되겠다.

저작권자 © 월간 플래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