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개발했으나 결국 취소! XM1299
야심차게 개발했으나 결국 취소! XM1299

미군에서 지난 30년간 죽어도 안되는게 세 가지가 있다.

1. 에이브럼스를 대체할 전차

2. 아파치를 대체할 공격헬기

3. M109시리즈를 대체할 자주포

이 세 가지는 정말 미군이 몇 번이나 시도를 해도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M109시리즈가 또 기록을 세웠다. M109시리즈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정말 수많은 개량을 거치면서 현재의 M109A7은 과연 M109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만큼 초기의 M109와는 공통된 부분이 거의 없는 실정인 ‘테세우스의 자주포’급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설계가 가지는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점(특히 39구경장을 넘지 못하는 포신에 의한 사거리 부족)

먼저 M109대체를 위한 시도들은 뭐가 있었을까. 가장 먼저 XM2001 크루세이더가 있다. 단 세 명이 운용할 수 있고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40km이상의 사거리를 가지는데다 1분에 10발을 지속적으로 쏠 수 있는, 그야말로 최강의 자주포가 될 예정인 무시무시한 무기체계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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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세이더: 취소
크루세이더: 취소

 

야심차게 개발되던 크루세이더는 가성비와 합리화의 화신이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도한 비용상승을 이유로 가차없이 칼질을 당했다.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은 냉전이 끝난 뒤 러시아가 구 소련을 계승하는 위협적인 국가가 더 이상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해지면서 이런 강력한 자주포를 개발하고 배치할 이유를 미군이 못 느끼던 시절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크루세이더는 RAH-66 코만치와 함께 ‘럼스펠드에게 목이 잘린’ 무기체계로서 역사에 이름이 남고 말았다.

 

XM1203 NLOS-C

그러나 미군이 차세대 자주포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사거리같은 성능보다 ‘적은 인원으로 빠르게 배치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전투차량 체계인 FCS MGV(Future Combat System Manned Ground Vehicles: 미래 전투체계 유인 지상차량)구성차량들 중 자주포에 해당하는 NLOS-C(Non Line Of SIght-Cannon: 의역하면 곡사포…), 가제식 명칭 XM1203이었다.

XM1203도 포신은 38구경장이라 M109에 비해 딱히 사거리의 이점은 없으나 발사속도는 1분에 최대 10발은 나오고, 또 최대한 자동화되어 승무원도 2명까지 줄었다. 여기에 GPS와 연동된 디지털 사통장치를 통해 신속하게 방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엑스칼리버 포탄도 사용이 가능해 그리 길지 않은 포신에도 불구하고 최대 30km거리의 정밀타격이 가능하다던가….

또 다른 장점은 장거리 전개 용이하다는 점. 원래 개발목표는 C-130에도 탑재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비록 그건 비현실적이라 포기했지만 그래도 최저 25톤, 최대 29톤(장갑이나 기타 설비를 최대한 갖춘 상태)으로 C-17로의 장거리 전개능력은 여전히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2009년에 로버트 게이츠 국방부장관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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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1203도 취소
XM1203도 취소

 

옙. 또 캔슬 먹었습니다.

이라크전의 비용이 미친듯이 올라가던 시기인데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MGV시리즈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졌던 것이다. 특히 이라크에서의 경험은 전면전이 아닌 경우에조차 일선 전투차량의 방어력이 상당히 높아야 한다는 것을 입증했고, 전략적 기동성을 중시한 MGV체계로는 감당이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결국 MGV체계 전체가 치명타를 먹으니 그 중 하나인 XM1203도 동반 침몰. 이렇게 M109를 대체해보려는 두 번째 시도 역시 갈 곳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번에는 될 것 같더니…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시도. 이번에는 뭔가 될 것 같았다. 바로 XM1299 ‘아이언 썬더’ 차세대 자주포의 등장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M109시리즈의 범주에 넣어도 될 것 같았다. 차체를 M109A7의 것을 개량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58구경장(K9은 52구경장) 포신의 주포와 관련 설비를 채택하면서 성능이 엄청난 수준으로 향상된 점이 큰 차이점이었다.

2019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예정대로면 올해부터 시험적인 초기 저율운용이 시작될 예정이던 XM1299는 사거리가 무려 110km까지 늘어날 예정인 엄청난 성능을 자랑했다. 사거리 연장탄인 XM1113탄으로 70km, 구경감소 사거리 연장탄인 XM1155탄으로 110km의 사거리까지 이미 실사격으로 달성하는 등 테스트 결과가 발표된 것만 들으면 인류 최강의 자주포가 실전배치를 눈앞에 둔 것 같았다.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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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어"
"내 이럴 줄 알았어"
"나 언제 은퇴시킬거야?" M109A7
"나 언제 은퇴시킬거야?" M109A7

 

…또 취소 먹었습니다.

지난 3월 12일, 미 육군은 XM1299 프로젝트의 취소를 발표했다. 이유는 포신. 포신의 마모도가 예상보다 심각해졌지만 제작사인 BAE시스템즈가 이를 적절한 시간 안에 해결할 기미가 안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2023년에 미 육군이 실전배치를 목표로 개발한 24종의 차세대 장비들 중 XM1299만 2023년 이내 배치를 실패한 상황인데, 특히 포신의 경우 발사속도와 사거리 모두 기존보다 높일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던 만큼 포신 마모 문제는 치명적이던 모양이다.

문제는 XM1299가 캔슬되면 미 육군의 자주포 격차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더 벌어진다는 것. 이미 미 육군은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자주포 사거리의 열세를 겪는 실정이다. 중국도 이미 52구경장 포신을 갖춘 155mm 자주포를 실전배치한 상황인데, 이걸 단숨에 만회하겠다고 하던 시도가 좌절된 것이다.

미 육군은 물론 이를 그냥 두고 볼 계획은 아닌듯하다. 올해 여름에 “가장 빠른 대안”을 물색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개발된 제품의 구매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독일 라인메탈사의 52구경장 주포를 M109A7에 통합한 시제품(M109-52)이 BAE시스템즈에 의해 완성되어 시험사격까지 마쳤는데, 이것만으로도 사거리면에서 Pzh2000이나 K9과 동등한 수준은 나오는 만큼 ‘급한 불은 끄는’ 셈이니 미 육군에서 꽤 진지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쪽이건 M109대체는 이번에도 실패한 셈인데, 이로써 M109A7까지 도달한 M109는 앞으로 얼마간은 미 육군의 주력 자주포 자리를 유지할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도 대체가 아니라 포신을 교체해 M109A8로 업그레이드된다면 그 ‘얼마간’은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연 다음 대체 시도는 성공할지, 아니면 연전연패의 기록을 갱신할지 한번 두고 보자.

미군이 급하다면 고려함직한 대안인 M109-52. 다만 이게 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미군이 급하다면 고려함직한 대안인 M109-52. 다만 이게 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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