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안죽었어! 맘대로 죽이지 마!"
"나 아직 안죽었어! 맘대로 죽이지 마!"

이번주 최대의 밀리터리 화두중 하나가 미군 차세대 자주포 XM1299의 ‘부고’였다. 단지 뉴스로 끝나지 않고 밈으로 승화되기까지 한 빅 뉴스였는데, 좀 성급한 ‘부고’였던 것 같다. 엄밀하게 살펴보면, 미 육군은 XM1299를 ‘죽인’게 아니라 ‘전면중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냐.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되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죄송합니다 플래툰이 성급했습니다 이런것까지 만든 분이 계시는데 ㅠㅠ

 

일단 미 육군에서 XM1299는 단순히 개발중이던 무기가 아니다. 배치 직전에 도달한 상당히 현실적인 프로젝트였다. 비록 원래 일정보다 지연되기는 했으나 올해부터 수십대 분량의 초도물량이 시험적으로 일선에 배치되어 시범운용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이 단계까지 왔으면 상당수의 무기는 어떻게든 제식화와 전면배치를 거치게 된다. 그러던 것이 전면중단된 것이다.

그 원인이 ‘지나치게 빠른 포신 마모’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보도됐지만, 문제는 그냥 마모가 빨리 되는 것만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불규칙한 마모율’이었다고 한다. 마모가 빨라도 규칙적으로 이뤄진다면 소모품이라는 포신의 특성상 일단 운용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함직도 한데, 마모율이 들쭉날쭉하면(예를 들어 언제는 천발이면 닳는데 다른 때는 이천발도 버틴다거나 하는… 숫자는 필자가 임의로 써본 것이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길!) 그게 안된다. 언제까지 안전하게 쏠 수 있을지, 바꿔야 할지 말지 알 수 없으면 현장에서는 언제 쏘다가 터질지 모르니 도저히 운용이 안된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진행을 전면 중단하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이 가능한지, 해결이 불가능하면 아예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지 등등 다양한 결론을 열어두고 올해 여름에는 결정을 내린다는 이야기다. 정말 아예 죽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만, 바꿔 말하면 문제를 찾아 해결할 가능성이 보이면 계속 진행할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M109A7. 말이 좋아 109이지, 사실상 다른 자주포라고 봐도 좋은 수준으로 바뀌어있다. 특히 차체가.
M109A7. 말이 좋아 109이지, 사실상 다른 자주포라고 봐도 좋은 수준으로 바뀌어있다. 특히 차체가.

 

그리고 현재 들리는 이야기로 보면 아예 차량 전체를 취소하고 완전히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의외로 플랫폼 자체는 그닥 문제시되지 않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M109A7의 차체를 그대로 이용한게 문제 아니었겠냐고 하지만, 일단 이 차체에 대한 문제는 별로 제기되지 않은 듯 하다. 사실 M109A7의 차체는 편의상 109라고 불릴 뿐이지 사실상 전혀 다른 차체다. M109A6까지는 그래도 109계열 차대라고 불러줄만한 설계가 유지됐지만, A7부터는 아예 브래들리의 차대 디자인과 파워팩등을 이용, 사실상 브래들리 차대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M109A7자체도 전작인 A6보다 4.5톤이나 무거워진 35톤이 되었지만, 추가적인 중량증가도 고려한 덕에 최대 전투중량 50톤까지도 문제없이 감당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현 차체는 K9이나 Pzh2000급 자주포로 성장할 여유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장전장치등 포신 외의 구성요소들에도 딱히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 것 같지는 않으니, 설령 XM1299자체가 완전히 취소된다 쳐도 미 육군이 아예 완전히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보다는 -예를 들어 K9을 채택한다거나- 포신만 52구경장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일종의 현실적 다운그레이드로 우선 실전배치와 포병전력 강화를 진행하고 기술 발전을 더 진행해서 미 육군이 원하는 최종적인 사거리를 실현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포신을 55구경장으로 연장한 M777은 현재 실사격 테스트가 진행중이다. 58구경장대신 조금 더 짧지만 기존 52구경장보다는 여전히 긴 55구경장 포신의 도입도 가능성은 존재한다.
포신을 55구경장으로 연장한 M777은 현재 실사격 테스트가 진행중이다. 58구경장대신 조금 더 짧지만 기존 52구경장보다는 여전히 긴 55구경장 포신의 도입도 가능성은 존재한다.

 

사실 포신을 조금 더 짧은 것으로 바꿔서 일단 아쉬운대로 전력화한다는 방향은 현실성이 있다. 이미 작년에 M109-52, 즉 주포를 Pzh2000용으로 바꾼 버전의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M777도 55구경장으로 바꾸는 연구가 꽤 활발하게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즉 52구경장 교체는 결심만 하면 금방 가능한 일이고, 55구경장 포신을 XM1299에 도입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의 58구경장 포신이 완전히 ‘나가리’된다 쳐도 사거리를 원래 계획보다 약간 희생한 현실적 대안을 통해 플랫폼 자체는 살려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는 셈이다.

M109A7에 52구경장 포신을 장착한 M109-52는 이미 현실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솔직히 K9을 미군이 사는 것보다 이 쪽으로 갈 가능성이 차라리 높다.
M109A7에 52구경장 포신을 장착한 M109-52는 이미 현실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솔직히 K9을 미군이 사는 것보다 이 쪽으로 갈 가능성이 차라리 높다.

 

이게 특히 가능성이 높은 것은 탄약부터 시작한 많은 구성품들이 기존 체계들과 어떤 형태로든 호환성을 가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즉 다른 체계로의 적용이나 타 구성품과의 교환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나 망하면 도미노식으로 다른것도 줄줄이 망해서 완전히 엎어지는 식의 ‘완전 붕괴’까지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포신의 문제도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진짜 문제는 포신의 마모가 빨리 된다는 그 자체보다 언제 교체해야 할지 ‘교범화된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는 것인데, 최소한 마모의 규칙화만 가능해도 실전배치 일정을 어떻게든 진행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떤 방법으로 진행될지는 여름까지 가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XM1299가 완전히 죽었네, 그럼 우리는 K9을 미국에 팔면 되겠네… 등등의 성급한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본지도 너무 성급하게 자주포 하나를 ‘죽여버린’ 점을 반성하면서,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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