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01을 사격하는 우크라이나군. 오래된 포지만 의외로 잘 쓰이는 중이다.
M101을 사격하는 우크라이나군. 오래된 포지만 의외로 잘 쓰이는 중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의 155mm 포탄 수십만발이 작년에 미국에 ‘대여’된바 있다. 이 포탄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불출한 자국군 재고분을 보충할 목적으로 미국에 제공됐고 미국은 그것을 나중에 따로 갚는(실제로는 비용으로 지불해 우리가 생산) 방식인데, 최근 미국 언론에서 이 포탄들이 표면의 표기만 영어로 바꿔 직접 우크라이나로 보내졌다는 보도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보도의 진위여부는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미국의 지원이 작년 12월로 사실상 종료되고 후속 지원 예산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몇달째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포탄 부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이 3억 달러 금액의 소액 긴급지원을 베푼 정도만으로도 우크라이나군의 탄약 사정이 무시 못할 정도로 개선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현 우크라이나군의 탄약 부족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600억 달러 수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과시켜도(이 기사를 쓰는 시점에서는 미 의회가 다시 개회하는 4월 초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 우크라이나군의 포탄 부족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워낙 전장의 포탄 소모가 극심한데다, 미국과 EU등의 포탄 생산량 증가에 나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2022년에 많게는 하루 5~6만을 쏘고 그 뒤로도 얼마간 하루 2~3만발씩 쏘다가 2023년 이후에는 탄약부족으로 인해 소모량이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북한으로부터의 수입 탄약등을 통해 하루 1만발씩은 꾸준히 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군 1일 소모량(5,000~7,500)의 약 1.5~2배 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부족한 것이 가장 사거리와 위력이 높아 소모량이 자연스레 많은 155mm포탄이다. 미국의 경우 155mm포탄을 현재 1개월에 3만발 생산중이고 2025년이 되어야 1개월 10만발, 1년 120만발의 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으로, 2025년 하순이 되어야 유럽 전체 통털어 연 평균 140만발 꼴로 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처럼 시간이 지나야 포탄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러시아군의 포병 화력에 대처할 탄약을 마련해야 하는데, 최근 미국의 안보 관련 씽크탱크인 CSIS(Center for Strategin & International Studies)에서 다시금 우리나라를 이 문제와 결부시키는 기사를 내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본지에서도 과거에 우크라이나에 우리가 보유한 105mm 곡사포와 105mm 포탄을 보내면 어떻겠냐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비록 구식이고 사거리와 위력도 당연히 155mm에 많이 못미치지만, 전장에서 이 포들이 가지는 가치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원받은 M119계열 105mm포를 사격중인 우크라이나군. 험비 정도로도 견인이 되는 경량 105mm포는 우크라이나군에서 상당히 요긴하게 쓰이는 듯 하다.
미국에서 지원받은 M119계열 105mm포를 사격중인 우크라이나군. 험비 정도로도 견인이 되는 경량 105mm포는 우크라이나군에서 상당히 요긴하게 쓰이는 듯 하다.

 

사실 105mm포는 이미 우크라이나군에서 적잖은 숫자(다 합쳐서 약 100문)가 운용되고 있다. 이탈리아제 Mod.56이나 영국의 L119, 미국의 M119, 심지어 ‘원조’ 105mm인 M101까지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전선 주변에서 사용되는 사례도 많은 듯 하다. 즉 사거리와 위력의 한계가 있어도 우크라이나측이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봐야겠다.

비록 사거리의 한계는 있어도 105mm곡사포 역시 포는 포다. 게다가 최대사거리가 10km는 나오니 사거리가 짧다 해도 무시해도 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포들이 다들 작고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전선 주변에 은닉하기도 쉽고, 견인포치고는 ‘쏘고 빠지기’도 쉽다. 따라서 최전선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보병 화력지원을 하는데 의외로 쓸만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견인포의 가치가 나름 재조명되는 측면이 있다. 자주포는 진지이동이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덩치때문에 이동 경로나 덩치등의 설정에 제약이 가해지는 경우도 많고, 또 숨을 자리 찾기도 쉽지 않을 때가 많은데다 밖에 나와있으면 드론등에 의해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M777이나 각종 105mm 곡사포등 경량 견인포들은 부피가 작아 은닉이 쉽다보니 러시아군의 드론 정찰로부터 감추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또 익숙해지면 예상외로 빠른 진지변환도 가능하다보니 의외로 생존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식이라는 M101곡사포의 경우 우크라이나군에서 실전에 적극적으로 투입되는 듯 한데, 이는 같은 세대에 만들어진 M114 견인포와는 대조적이다. M114는 155mm 곡사포라 M101보다는 사거리나 위력 모두에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은 포르투갈로부터 받은 M114를 실전에 투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문밖에 안되기도 하거니와, 무게가 거의 6t에 근접하기 때문에 은닉도 신속한 이동도 105mm 곡사포들이나 M777에 비할 바가 못되는데다 사거리조차 14.6km로 짧아 전장에서의 생존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곧 70문의 M114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 포들을 얼마나 반길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이처럼 105mm가 나름 유용하게 쓰이는 만큼, 155mm 포탄의 부족을 메꾸기 위해 NATO국가들과 미국 모두 105mm 곡사포탄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105mm도 나름 NATO표준이고,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포들 모두가 동일 규격의 탄을 쓰기 때문에 탄 확보만 되면 사용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다양한 종류의 105mm 포들이 들어가지만 탄 규격은 전부 호환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105mm 포탄이 원조되면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에는 다양한 종류의 105mm 포들이 들어가지만 탄 규격은 전부 호환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105mm 포탄이 원조되면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CSIS의 기사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보유한 105mm 포탄을 제공받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내용에 담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105mm 포탄 보유국이다. 적게 잡아도 300만발, 많게 잡으면 340만발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원래 주한미군 전시 비축분이던 것을 우리 정부가 저렴한 가격에 구매), 이 정도면 당연히 NATO측에서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105mm포탄은 우리 군에서 155mm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원래대로면 이걸 쓸 포(M101계열)가 2천여문에 달하지만, 대부분은 퇴역할 예정이고 K105A1으로 개조되어 자주화되는 물량은 많이 잡아도 500문이 채 안되기 때문이다(사실 이것도 왠만한 몇 나라 포병 전력 다 합친 수준이지만…). 게다가 우리 군에서 K105A1은 기존의 박격포를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고, 포병의 주력은 압도적으로 155mm인 만큼 전시 탄약소요도 155mm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 보유 탄약중 10%정도를 제공한다 해도 평시 훈련과 전시 비축 측면 모두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0%만 해도 약 30~40만발 사이. 이 정도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100문 정도의 105mm 포라면 1일 2천발씩 쏴도 150~200일을 버틸 수 있는 물량이다. 당연히 NATO도 우크라이나도 여기에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이걸 쏘는 포 중 견인포인 M101계열의 제공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우리 군이 보유한 105mm 견인포 대다수는 우리가 국산화한 형식이지만, 미군으로부터 직접 공여받은 물량도 없지 않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군사원조로 공여받은 무기는 우리가 퇴역시키면 미국이 반환을 요구할 경우 돌려줘야 한다.

실은 비슷한 사례가 일본에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운용하던 F-104J 전투기 중 미국에서 생산된 초기납품 물량 일종의 군사원조 성격으로 일본에 양도됐는데, 이것들이 퇴역하자마자 미국에 반환되어 대만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시 이 기체들이 군사원조품목이라 퇴역 후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고, 일본이 동의해 당시 전투기 노후화로 애먹던 대만 공군의 전력 유지용으로 제공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105mm 견인포들도 이런 식으로 미국이 반환을 요구하면 우리가 돌려줘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어차피 이 포들은 대부분이 퇴역을 앞두고 있는데다 원래 물량이 많기 때문에 수십문 정도는 우리 전력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고 양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물량도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무시 못할 물자가 아닐까.

물론 CSIS기사는 ‘제안’이지 확정된 사실에 대한 보도는 아니다. 다만 해당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105mm 포탄은 우리 입장에서는 155mm 포탄에 비해 물량도 여유가 있는데다 우리 전시 대비태세에 끼치는 영향도 적은 만큼, 수십만발 정도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제안’을 CSIS정도의 싱크탱크가 거론할 정도면 물밑에서 나름 논의가 꽤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뭐가 어쨌든 105mm포탄이 현재 우리가 보유한 자산들 중 “우크라이나에 도움도 되면서 우리에게 보유량 여유도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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