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이어 이탈리아도 구형 자주대공포를 우크라이나에 짬처리… 아니 기증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중이다. 짬… 아니 기증 대상 차량은 SIDAM 25라는 낯선 차량이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낯... 설다. 이탈리아 말고 다른 나라에는 수출된 적이 없으니 말이다. 이 차량은 276문이 만들어져 오랫동안 이탈리아군의 주력 자주대공포로 활용되어 왔으나 현재는 대부분 치장 상태인 듯 하다(영문 위키피디아를 포함, 대부분의 이탈리아 육군 현역장비 자료에는 잡혀있지 않음).

SIDAM 25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된 자주대공포로, 미국제 M113계열의 차체에 이탈리아가 독자개발한 대공포탑을 장착한 것이다. 이 포탑은 레이저 거리측정기 및 컴퓨터화된 사통장치, 광학 추적장치, 열상장비등이 장착되어 있으나 인터넷에 있는 대부분의 자료에는 레이더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사진에는 포탑 뒤에 레이더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데, 인터넷에 공개된 사실상 모든 자료에는 레이더가 없다고 나온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애매한 듯. 다만 레이더가 있다 쳐도 크기로 보면 탐지거리는 매우 짧을 듯 하니, 본격적인 원거리 수색보다는 발칸의 레이더처럼 거리측정같은 사격보조용이 아닐까 싶다(어디까지나 추측). 혹은 아예 레이더가 아니라 IFF안테나일수도 있다.

어쨌든 SIDAM 25는 디지털화된 자주대공포로서는 꽤 저렴하게 만들어진 물건이다. 어쨌든 고성능의 레이더를 탑재하지도 않은건 사실이고, 사용된 포도 25mm 욀리콘 KBA라 유효사거리도 짧은 편(2.5km)이다. 다만 발사속도만큼은 무려 4문이 탑재된 덕분에 1초에 약 40발이라는 상당한 수준이 나온다. 비호가 나름 염가판 자주대공포로 만든다고 만든건데 그 비호보다 발사속도 빼고는 전부 아래급이라는 이야기다.

자주대공포로서의 성능 자체는 독일이 주기로 한 게파르트보다 한참 떨어지는게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차라리 게파르트보다 고마울수도 있다. 차체가 M113이라 이동이나 차체 유지보수가 훨씬 부담이 적고, 또 M113계열은 미국이 200대, 그 외 덴마크와 이탈리아도 곧 원조하는 만큼 우크라이나군에 꽤 많은 숫자가 갖춰질 예정이라 전체적인 유지보수 생태계를 꾸리기 쉽다. 대공포탑 자체도 게파르트보다 부피도 작고 시스템 구성도 더 단순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고생은 덜 할듯.

여기에 발사속도가 빠르니 소형 드론 대응에는 차라리 게파르트보다 유리할수도 있고, 지상전에서 엄청난 발사속도를 무기로 적 보병이나 장갑차등을 상대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우크라이나는 받으면 여기에 훨씬 더 잘 써먹을 듯?). 지상전 지원 임무도 사실 게파르트가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겨우 거기에 쓰기는 게파르트가 너무 크고 불편(주력전차급 이상 덩치라…)한데다 유지보수 부담도 SIDAM 25보다 훨씬 크다는게 문제다.

실제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 ‘구소련판 M113’이라 할 MT-LB 장갑차에 2연장 23mm 기관포를 탑재해 대공이나 대지상 겸용으로 잘 써먹는것을 감안하면, SIDAM 25도 본격적인 방공장비라기 보다는 비슷한 개념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사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SIDAM-25보다 이탈리아가 이것과 함께 기증할 것을 검토중인 다른 무기들이 훨씬 반가울 것 같다. PzH-2000이 기증 검토 목록에 포함되어 있으니 가장 반갑겠지만, M113, VCC-1(M113을 기반으로 방어력등을 개선한 이탈리아 독자개량형), M109L 자주포, LMV 방탄 전술차량 등 우크라이나가 받으면 매우 요긴할 무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이미 3월에 M2HB중기관총이나 MG42/59 경기관총, 밀란 대전차 미사일, 스팅어 미사일, 탄약등을 지원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 기증을 검토중인 장비들까지 넘겨주면 나토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국가 중 하나가 된다. 다만 이탈리아는 국민의 거의 절반(48%)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원조에 부정적이고 찬성 여론은 29%에 불과하다는게 문제라 이걸 어떻게 정부가 극복할지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