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한국산 무기 수출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이미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거의 기정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수준으로, 품목에 따라서는 가능하면 올해 안에 받겠다고 밝혔다. 그게 안되면 내년에라도 받으려 할 정도로 폴란드는 서두르고 있다.

가장 먼저 유력시되는 두 가지 무기체계가 K2 흑표와 K9A1 자주포다. 이 둘은 각각 180대, 48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 둘은 최소한 일부라도 올해부터 인도받겠다고 협상중이다. 정말 전례없이 서두르는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다들 아시겠지만 바로 우크라이나 때문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보유한 전차들 중 T-72베이스의 전차는 거의 490대 가까이, 즉 보유댓수 전체를 넘겨줬거나 넘겨주는 중이다. T-72M1/M1R은 240여대를 진작에 다 넘겼고, PT-91 전차도 232대 중 이미 50여대 정도가 넘어갔고 나머지도 계속 넘어가는 중이다. 즉 거의 500대 가까운 전차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폴란드는 일단 116대의 M1A1SA를 미국에서 중고 도입해 일부 공백은 메꾸기 시작했지만, 이걸로는 T-72M1/M1R의 공백을 메꾸는데 벅차다. PT-91의 공백은 지금 추세대로면 바로 흑표 180대로 메꿔질 듯 하다.

 

K9A1도 48문을 요구하는 것은 확실히 '메꾸기'다. 아시다시피 폴란드는 K9의 차체를 활용한 자국산 자주포 AHS크랍을 생산중이지만, 현재 폴란드는 자국군 보유 크랍을 꾸준히 우크라이나에 넘겨주고 있다. 이미 28문이 확실히 넘어갔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80문에 달하는 자국군 보유분량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K9A1을 일단 48문이라도 먼저 도입해 그 공백을 메꾸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FA-50이다. 이것도 12대를 2023년중에 인도받고, 그 뒤로도 계속 인도받아 총 48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것도 우크라이나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설이 파다하다. 폴란드는 미그-29도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려 하거나 이미 일부는 부품 상태로 넘겨줬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쨌든 미그-29와 Su-22라는 양대 노후기종의 대체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게 우크라이나 사태로 다급해졌다는 이야기다.

FA-50은 현 시점에서 본격적인 전투기는 아니지만 서방 규격의 초음속 군용기로는 신품을 가장 빨리,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기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현재 JDAM통합은 이미 된 상태니, 폴란드 입장에서는 하다못해 JDAM 플랫폼으로라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외신에서는 12대는 현재 우리 공군 사양과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들어가지만 후속 36대는 블록 20, 즉 암람 통합이 되어 BVR능력까지 보유한 버전이 될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정도면 아쉬운대로 미그 29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전투기 역할로서 메꿀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장비들은 정말 급하게 필요한 것들로, 계약이 이뤄진다면 우리 군에 납품될 차량을 먼저 돌려서라도 폴란드에 넘겨주게 될 듯 하다. 실제로 흑표 전차도 K9A1도 기본적으로 우리 군 사양에 통신장비나 데이터링크등 폴란드군 작전에 필수적인 부분만 교체한 것을 납품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수출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은 여기까지다. 폴란드측은 이것 외에도 흑표의 폴란드 사양인 K2PL 을 800대, K9A1도 600문을 폴란드 국내에서 합작 생산하겠다는 원대한 플랜까지 내놓았으나 이 부분은 아직 희망사항에 가깝지 확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냥 언론의 설레발이 아니라 폴란드 국방부 주요 관계자가 밝힌 것인 만큼 성사될 가능성도 없다고는 못할 상황(희망고문?)이다.

물론 800대/600문의 추가 발주가 설령 성사되지 않는다 쳐도 180대의 흑표와 48문의 K9A1, 48대의 FA-50 수출만 해도 굉장히 큰 건수다. 정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생긴 나비효과라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독일에게 감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원래 T-72계열을 우크라이나에 넘겨주고 그 공백을 메꾸는 것은 독일이 제공할 레오파르트2 였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이 확실히 줄 수 있다고 한 물량은 불과 수십대(일부에서는 20대!) 라고 하며 그나마도 한 달에 한대 꼴로 넘겨줄 수 있다고 한다- 20대라고 하면 거의 2년을 기다려야 받는다는 이야기다.

즉 폴란드는 무기의 성능 그 자체 이전에 독일에게 신뢰를 잃은, 즉 '정나미가 떨어진'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독일 방산업계는 냉전 이후 업체 통폐합을 하는 과정에서 냉전시대에 보여줬던 능력 상당부분을 잃고 대외적인 신뢰도 적잖이 상실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긴 오죽하면 옆 나라 물건 대신 지구 반대편 나라 무기를 사겠다고 할까... 하여간 흥미로운 시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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