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가 가다가 뒤집어졌습니다.

그걸 다시 뒤집는데 몇 명이 필요할까요?

정답: 20명이면 됩니다.

"아무 전차나 다 된다고는 안했다"

1차 세계대전중 미국이 개발한 경전차 M1918(일명 포드 3톤)이라면 그렇다는 이야기.

무게가 3t밖에 안되거든요.

물론 웃자고만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1920~30년대에 나온 탱킷(꼬마전차)들이 왜 한때 인기였는지 설명하는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거든요. 

카든 로이드 경전차. 거의 탱킷의 상징과도 같은 차량. 이건 무게가 1.5t에 불과.
카든 로이드 경전차. 거의 탱킷의 상징과도 같은 차량. 이건 무게가 1.5t에 불과.

위의 포드 3톤 경전차는 뒤집어진걸 다시 뒤집기 위해 따로 병력 동원하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구경하던 아재들 불러서 뒤집었어요. 한 명은 테니스 치다 왔습니다(...).

즉 흔히 말하는 군수지원이라는 면에서 엄청나게 유리하다는거죠. 제대로 된 전차를 굴리는 것보다 훨씬 적은 자원들로 운용이 가능합니다. 사실 전차는 그 자체의 가격보다 유지비용 및 그에 관련된 인프라가 훨씬 돈이 더 드는 자산이거든요(전투기보다야 양반입니다만).

그런 면에서 볼 때 뒤집어지면 중장비 부를 것도 없이 사람만 좀 모으면 다시 뒤집어지는 저런 물건은 운용 차원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고, 마침 대공황으로 예산 없어 허덕이던 1930년대 초반의 각국 군대가 비켜 이 떡밥은 내 거야 우걱우걱 앞다퉈 채택했고, 특히 이탈리아나 폴란드는 거의 주력전차를 이런 류의 전차들로 편성하다시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탈리아군의 CV33 경전차. 카든 로이드 탱킷의 이탈리아판이라 해도 좋은 차량.
이탈리아군의 CV33 경전차. 카든 로이드 탱킷의 이탈리아판이라 해도 좋은 차량.
폴란드의 TKS탱킷. 달려 있는 기관총이 12.7mm도 아니고 8mm이니 이게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폴란드의 TKS탱킷. 달려 있는 기관총이 12.7mm도 아니고 8mm이니 이게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유지비용의 매력은 실전에서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이탈리아군의 CV33은 변변한 대전차화기도 없던 이디오피아군에게조차 큰 피해를 입었고, 폴란드의 TKS 탱킷들도 결국 독일군을 저지하는데 실패했죠.

이게 물론 차량 성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적어도 두 나라 군대의 패착에 무시 못할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이탈리아군은 수치상 누가 봐도 열세인 그리스군을 뚫지 못한건 물론이고 거꾸로 밀리기까지 했으며 그 과정에서 CV33이 입은 피해도 만만찮았으니 말입니다.

결국 이것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한때 각광받았지만 실전에서는 '싼게 비지떡'인걸 입증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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