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좁지만 기묘한 총은 정말 많습니다.

영 단어 중에 '부틀렉(Bootleg)'이라는 게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해적판'이라는 뜻으로, 원래는 금주령이 한창이던 시절에 사제로 유사 위스키를 만들거나 혹은 유통하던 걸 의미하는 단어에서 출발하여, 불법으로 복제되어 유통되는 음반이나 영상물을 의미하는 단어로 정착이 되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암살한 범인이 만든 이 급조 총기도 '부틀렉 건'의 일종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암살한 범인이 만든 이 급조 총기도 '부틀렉 건'의 일종이다. 

개중에는 아마도 이제 5-60대 이상이신 분들이라면 어렸을 적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빽판'이나, 혹은 문민정부가 막 출범하려다가 IMF 사태가 터진 그 혼란의 시절에 낙원상가나 세운상가, 회현역, 남대문 등지에서 돌던 소위 '우라봉(裏本)' 같은 것도 '부틀렉' 매체들인 셈. 아예 마치 '유출된 동영상 혹은 사진'이라는 컨셉을 잡고 장사를 하는 미국의 야(릇한)동영상 매체도 있으니, 여하튼 간에 이 '부틀렉(Bootleg)'이라는 단어는 합법적이지 않은, 무언가 좋지 못한 불법적인 것들을 말하는 셈이다. 

브라질의 모 갱단이 제작한 불펍식 기관단총. 원래 베이스가 도대체 뭔지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급조해서 만든 총이다. 
브라질의 모 갱단이 제작한 불펍식 기관단총. 원래 베이스가 도대체 뭔지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급조해서 만든 총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무릇 법이 제한하거나 무언가 규제를 걸면 그것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특성을 가진 동물인지라, 당연히 총기의 세계에도 이런 '불법적으로 카피'를 한 총들이 우글우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남미의 모 범죄집단에서 압수된 총기들. 개중에는 제대로 된 메이커들이 만든 총도 있지만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급조된 총기들임을 알 수 있다. 
남미의 모 범죄집단에서 압수된 총기들. 개중에는 제대로 된 메이커들이 만든 총도 있지만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급조된 총기들임을 알 수 있다. 

재미있게도, 총기의 세계에서 이런 총기들은 개인이 대충 조잡하게 급조했거나, 아니면 범죄 집단이 양산을 했거나, 혹은 저작권 개념이라는 게 전혀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가령 저기 서해 바다 건너에 있는 모 대국이라거나 혹은 얼마 전에 어마어마한 홍수 피해가 발생한 인도 바로 위에 있는 나라거나)에서 주로 발견되며, 거의 대부분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범죄에 사용되는 총기들의 상당수가 이런 싸제 총들이라는 거다. 

칠레 경찰이 로컬 마약유통상으로부터 압수한 사제 총기. 놀랍게도 글록 탄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칠레 경찰이 로컬 마약유통상으로부터 압수한 사제 총기. 놀랍게도 글록 탄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개인이 자신이 가진 노하우나 기술을 가지고 총기를 만드는 것 자체를 두고 모두 급조된 총이나 '싸제(사제, 私制)' 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제 총기들의 경우에는 총기 장인이 만드는 수렵용, 혹은 소장용 총기들도 포함되고 또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거나 혹은 그 존재의의가 있지만 유실된 것을 복각하거나 복원하는 경우도 넓은 의미에서는 '사제'라 볼 수 있기 때문. 

발사가 과연 제대로 될련지 걱정부터 앞서는 이 기관단총은 몇년 전 브라질에서 발견된 사제 총이다. 
발사가 과연 제대로 될련지 걱정부터 앞서는 이 기관단총은 몇년 전 브라질에서 발견된 사제 총이다. 

​​​​​​​그래서 오늘은, 명백하게 '범죄 행위'를 행하기 위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 범죄 행위를 행함에 있어 나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총이 아니라 어쨌든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정도의 기능과 성능을 가진, 말 그대로 자체적으로 급조한 총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런 사제 총들의 특징은 생긴 건 괴랄하거나 조잡하더라도 작동은 그럭저럭 한다는 거다. 
이런 사제 총들의 특징은 생긴 건 괴랄하거나 조잡하더라도 작동은 그럭저럭 한다는 거다. 

급조 총기의 역사 자체는 상당히 오래된 편이다. 아니, 사실 총기의 기원은 급조 총기에서 시작이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화승총의 기원이 되는 핸드 캐논이나 총통류는 사실 국가가 관여하여 개발이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괴짜'가 집 한 구석에 쳐박혀 뚝딱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니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총기 메이커인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베레타 S.p.A'도 사실은 제노아의 한 공방에서 출발한 업체니 말이다.

필리핀 경찰이 필리핀 해적들에게서 압수한 사제 기관단총. 무려 레일도 달려있고 플랫탑 상부에 신축식 개머리판까지 달려있다. 
필리핀 경찰이 필리핀 해적들에게서 압수한 사제 기관단총. 무려 레일도 달려있고 플랫탑 상부에 신축식 개머리판까지 달려있다. 

역사나 기원은 뭐 그렇다 치고, 오늘날 '범죄 집단'이나 '테러 단체', 혹은 뭔가 헷가닥 한 마인드를 가진 사상가 등이 만들어내는 총기들은 이게 범죄에 이용되기 위한 총기라는 것 외에 한 가지 더 공통된 특징이 존재한다. 

칠레 경찰이 발견한 7.62mm 규경의 사제 소총. 놀랍게도 개머리판은 접이식이고.. 그런데 이 총... 강선이 없는 활강식(Smoothbore)이란다. 뭐하자고 만든 총인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이런 것도 존재한다. 
칠레 경찰이 발견한 7.62mm 규경의 사제 소총. 놀랍게도 개머리판은 접이식이고.. 그런데 이 총... 강선이 없는 활강식(Smoothbore)이란다. 뭐하자고 만든 총인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이런 것도 존재한다. 

바로 이런 총기들은 모든게 막장 상태인 나라들보다는 오히려 나름대로의 치안이 유지되거나 총기 규제가 어느 정도 선에서 통제되고 있는 나라들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는 거다. 

즉, 이런 류의 총기들은 어느 정도 총기의 구매가 자유롭거나, 아니면 치안이 완전 막장을 넘어 카오스 수준에 도달하여 군용 총기를 민간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지역이나 국가들에선 되려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 브라질이나 칠레, 이집트,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에서 주로 보기 쉬운 편이며, 일부는 스웨덴이나 덴마크, 네덜란드 같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나라의 범죄 집단들도 이런 사제 총기들을 많이 제조하는 편이다. 

나름 리볼버에 수직 손잡이에 심지어 소음기까지 장착이 되어 있는 사제 총기. 방아쇠는? 뭔가 레버 액션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음 과연 격발이 어떻게 이루어질 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이런 것도 존재한다.  
나름 리볼버에 수직 손잡이에 심지어 소음기까지 장착이 되어 있는 사제 총기. 방아쇠는? 뭔가 레버 액션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음 과연 격발이 어떻게 이루어질 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이런 것도 존재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게, 이런 총기들은 사실 정확도나 명중율이나 내구성 이런 게 요구되는 총들이 아니기 때문. 탄을 넣고 그게 발사만 되면 그만인 수준인게 대부분이고, 뭐 제대로 안 나가더라도 빠르게 조직원들을 무장시킬 수 있거나 혹은 위협 수단이 될 수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굳이 정밀하고 정교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는게 특징이다. 

산탄총인가? 산탄총인 것 같은데 이것 또한 제대로 발사가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도 칠레의 모 마약상에게서 압수한 사제 총. 
산탄총인가? 산탄총인 것 같은데 이것 또한 제대로 발사가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도 칠레의 모 마약상에게서 압수한 사제 총. 

그러다보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제 총들의 상당수는 '이게 도대체 뭔가' 싶을 정도로 괴랄한 물건이 대부분이다. 개중에는 정말 총기 장인이 감탄할 정도로 높은 내구성과 성능이나 인체공학적 기능을 잘 살린 물건도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슨 3류 액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형태부터 무슨 유치원생이 크레용으로 그려놓은 걸 일부러 재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물건까지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존재한다. 아니 뭐 생긴게 이상하거나 조잡하면 어때, 탄이 발사되면 그만인데. 

사진의 가운데애 있는, 약간 요상한 형태의 총이 바로 R9-ARMS의 권총이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발견된 적이 없는 총이다. 
사진의 가운데애 있는, 약간 요상한 형태의 총이 바로 R9-ARMS의 권총이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발견된 적이 없는 총이다. 

예외도 존재한다. 상기 사진의 R9-ARMS 같은 경우에는 왠만한 기성 총기 메이커 뺨 치는 정도의 퀄리티와 완성도, 그리고 생산 수를 자랑한다. 다만 좀 특이한 것이, 이 R9-ARMS라는 권총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거다. 2005~6년 경에 크로아티아에서 처음 발견된 총인데, 이후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그루지야, 그리스, 터키, 알제리, 모로코 등 다양한 유럽 국가들과 지중해권 국가들의 범죄 집단이나 극우 성향 테러 단체들이 이 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던 게 발견이 되었다.

가장 흉악한 사제 총 중엔 이런 것도 존재한다. 이건 삼단봉 같은 물건인데 안에 12게이지 슬러그가 한 발 들어가고 이걸 발사할 수 있는 물건. 브라질의 어떤 청년이 개인적인 원한으로 지인을 살해하려고 만들었다가 미수로 돌아가면서 체포되는 괴정에서 발견된 물건이다. 
가장 흉악한 사제 총 중엔 이런 것도 존재한다. 이건 삼단봉 같은 물건인데 안에 12게이지 슬러그가 한 발 들어가고 이걸 발사할 수 있는 물건. 브라질의 어떤 청년이 개인적인 원한으로 지인을 살해하려고 만들었다가 미수로 돌아가면서 체포되는 괴정에서 발견된 물건이다. 

성능도 그럭저럭 괜찮은 권총인데 아직까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또 요상한 팬덤이 생겨버렸다. 바로 '거대 자본으로 돌아가는 모종의 어둠의 집단이 기성 국가들을 전복시키려고 전세계 테러 단체와 극우 단체, 범죄 집단들과 계약을 하고 이 총을 공급하고 있다'는 뭐 그런 썰 말이다.  그리고 그 모종의 어둠의 집단은 항상 이스라엘이거나 미국이라고 주장을 하는데.. 어디까지나 "썰"이니까. ㅎㅎ 

플래쉬라이트랑 샷건을 결합한 형태의 총도 있다. 단 이건 사제 총이 아니라 미국의 모 업체에서 '청원경찰'이나 쇼핑몰 등의 보안요원들에게 지급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식 총기다. 
플래쉬라이트랑 샷건을 결합한 형태의 총도 있다. 단 이건 사제 총이 아니라 미국의 모 업체에서 '청원경찰'이나 쇼핑몰 등의 보안요원들에게 지급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식 총기다. 

사제 총기 같지만 그렇지 않은 물건도 존재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긴 했지만 한때는 전술 플래쉬라이트의 대명사였던 '매그라이트(MAGLITE)'에 410게이지 구경의 산탄총을 달아버린 CSG MAGLITE FLASHLIGHT GUN이 그것이다. 플래시라이트의 반대편에 410게이지 산탄이 하나 들어간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고, 저 고리를 잡아당기면 발사되는 방식이다. 제대로 된 총기 메이커에서 만든 사제 총 같은데 사제 총인데 아닌 뭐 그런 물건이다. 청원경찰이나 보안요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했지만 실패하고, 그런데 십수년 전에 미국에서 쇼핑몰을 털려다가 잡힌 강도가 이걸 소지하고 있었다. 음... 결국 사제 총은 어쩔 수 없이 범죄와 연관이 될 수 밖에 없는 숙명인건가? 

물론, 이런 '급조' 총기들 중에는 꼭 범죄 집단들만 사용한 건 아니다. 상기 사진의 '브위스카위차(Blyskawica) 기관단총'의 경우 나치스 독일의 통치 하에서 연합군과 협력하며 투쟁한 폴란드 의용군들과 레지스탕스들이 스스로 제작하여 사용한 기관단총이다. 뭐, 나치스 입장에서는 범죄 집단이긴 했겠다만. 

뭐, 그렇다구.  다음엔 다시 좀 더 제대로 된 총기들에 관한 기사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이상, 플래툰 매거진 김찬우 기자였습니다. 

p.s. 밑에 요건 과연 Bootleg Gun에 해당될 것인가 아닌가.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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