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프간 철수를 다룬 미국의 유튜브 동영상.
8월 14~31일 사이, 카불 함락과 그 뒤를 이은 철수의 혼란상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카불 주재 외국 공관들의 철수는 14일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15일까지만 해도 오전 내내 카불 공항에는 국제선의 정상 운항이 이뤄지고 있었다. 11시 49분에도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캠(Kam) 항공 소속 기체가 정상적으로 이륙할 정도였다.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8월 15일 정오를 지난 무렵부터였다. 탈레반이 카불 포위를 선언하면서 오후에는 카불 공항의 관제소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14시 32분에 인도 항공의 여객기가 무려 한시간이나 상공을 맴돈 끝에 관제 없이 착륙했으며, 15일 오후에는 카타르, 파키스탄, 인도등의 여객기들이 관제소 지시를 받지 못한 채 단독으로 카불을 떠났다.
오후 5시 무렵에는 아프간의 가니 대통령이 카불을 탈출했다는 뉴스가 나왔고, 이 날 19시 38분에 캠 항공의 보잉 737이 카불을 떠난 것을 끝으로 카불 공항의 정규 국제선 운항은 중지됐다.
8월 15일 저녁부터 공항 주변 상황은 심상찮게 변했다. 이미 이 무렵에 5천명의 미군이 카불 공항을 장악했으나,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15일 밤부터 상황이 점점 악화되기 시작한다. 이미 16일 새벽 01시에 C-17 한 대에 823명이 탑승한 채 이륙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해가 뜨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다.
통제불능의 인파
16일 새벽 3시경 터키 항공의 보잉 777이 미군의 관제를 받으며 착륙했다. 터키인 구출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기체가 이륙을 시도한 오전 11시 무렵, 카불 공항의 상황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카불 공항을 통제중인 것은 탈레반이 아닌 미군과 터키군이었지만, 이들의 병력으로는 카불 공항의 군사 구역에 인파가 접근하지 못하게 통제하는 것이 한계였다. 활주로에 접근한 군중들을 해산시키는 것이 문제였다. 군중 통제수단이 턱없이 부족하던 이들이 아파치 헬기를 저공비행시키는 영상도 이 무렵에 촬영된 것이다.
터키 항공 보잉 777은 활주로의 인파들 때문에 결국 11시 이륙을 포기했는데, 그 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12시 30분에 C-17 수송기 한 대가 착륙했지만, 착륙 직후 지상의 상황을 본 기장은 화물을 하역하거나 피난민을 태우지 않고 곧바로 이륙하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이미 여러 사람이 C-17에 매달린 상태임을 못 봤다는 것. 두 명의 아프간인이 C-17에서 추락하는 동영상은 바로 이 기체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 C-17은 나중에 랜딩기어에서 시신의 파편이 검출되었다.
이 사건 이후 최소한 사람들이 비행기에 매달리는 일은 없었고, 12시 50분경에 미군 C-130 수송기 두 대가 착륙했으며 8분 뒤에는 터키항공 보잉 777이 이륙했다.
16일 오후 내내 미군 수송기의 이착륙은 계속됐으나, 새벽에 출발한 C-17외에는 아프간 민간인을 실은 기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속도가 붙는 탈출작업, 그러나
8월 14~16일 사이 카불 공항을 빠져나간 인원은 1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8월 17일에는 탈레반에 의해 아프간인의 공항 진입 통제가 심화되면서 공항 내부의 질서는 회복됐으나 공항 외부의 혼란은 격화됐고, 피난 작업의 속도 역시 크게 떨어졌다. 하루 종일 단 800명만이 탈출했고, 한 미군 C-17은 26명, 독일 공군 A-400M은 아무도 못 태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18일부터 바뀌기 시작한다. 미국 정부가 자국내 여론의 악화를 어떻게든 무마하고자 탈출 작업에 온 힘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다른 국가들의 노력도 가세하면서 18~19일 사이에는 하루 2천명씩 이륙하기 시작했고, 20일에는 6천명, 21일에는 3,800명이 이륙한 이후 22일에는 16,000명, 23일에는 이 작전 사상 최대인 21,600명이 탈출했다. 24일과 25일에도 각각 19,200명, 13,400명이 탈출했다.
하지만 26일, 12,500명을 끝으로 아프간 민간인의 탈출은 사실상 끝났다. 오후 5시 50분, IS의 테러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아프간인의 공항 내 추가 진입이 사실상 중지됐기 때문이다. 일본도 이 사건으로 인해 버스를 이용해 공항으로 향하던 구조자들을 단 한명도 태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무리
원래부터 8월 27일은 미군 및 대부분의 국가들이 민간인 구출 종료 시점으로 예상했던 날짜였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카불에서의 탈출작전을 종료하고 철수했다. 영국만이 8월 28일까지 작전을 지속했으나 그들도 28일을 기점으로 철수를 완료했다.
이런 상황은 철수 인원으로도 알 수 있었다. 27일에는 6,800명, 28일에는 2,900명만이 탈출했다. 이 시점에서 비행기에 탑승한 아프간인들은 이미 공항 진입에 성공에 미군및 다국적군에 신병이 확보된 인원들 뿐이었던 듯 하며, 이 날 탑승한 인원의 대부분은 미군 및 다국적군 관계자로 추정된다.
29일에는 1,200명만이 비행기에 탑승하고 빠져나갔다. 30일의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30일 11시 59분에 사실상 마지막 미군 수송기가 이륙한 만큼 의미있는 숫자가 나오지는 않았을 듯 하다.
이렇게 해서 20년에 걸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대혼란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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