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스탤론도 감독도 다들 지금 이불킥할 느낌적 느낌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손에 거의 다 넘어갔지만, 북부 판지시르 지역은 아직 반 탈레반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트위터(링크)에 이들이 T-62전차를 가동중인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많은 서방 사람들이 처음 본 ‘아프가니스탄의 전차’는 뜻밖에도 T-72다. 하지만 소련도 아프간군도 T-72를 아프간 땅에 들여놓은 적은 없다. 그러면 이건 뭘까. 바로 영화 ‘람보 3’ 속에 나온 T-72다.

이 영화가 나온건 1988년. 이 때만 해도 T-72는 구 소련 영향권 밖에서는 입수하기 힘든 희귀종이었다. 설령 그 시점에 미국이나  이스라엘등에 가동되는 차량이 존재했어도, 그걸 영화 촬영용으로 동원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참고로 영화는 원래 이스라엘에서 촬영될 예정이었고 몇몇 장면은 그곳에서 촬영됐으나 이스라엘에서 이런저런 까다로운 제약을 거는 바람에 가장 스케일이 큰 마지막 전투 장면은 애리조나에서 촬영됐다고...)

그러면 영화에 나온 T-72는 뭘까. 실은 가짜다. 영화용으로 제작된 소품이다. 그런데 꽤 그럴듯 했고,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근까지도 그게 실제 T-72였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 T-72는 람보 3용으로 제작된 것도 아니다. 그보다 4년 전에 나온 영화 레드 던(Red Dawn)에 나온 차량이다. 냉전이 끝나 실제 소련제 차량을 입수하는 것이 가능해 질 때까지 이 가짜 T-72는 여러 영화에 사용됐는데, 그 중 하나가 람보 3이었던 것이다.

람보 3에 나온 모습
람보 3에 나온 모습
원래 이렇게 생겼다. 영화 레드 던 출연 모습(1984)
원래 이렇게 생겼다. 영화 레드 던 출연 모습(1984)

 

그렇다면 이 T-72는 뭘 베이스로 만들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M48전차를 개조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스틸 사진을 보면 그렇게 생각될 법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M8A1이라는 궤도식 수송차량 겸 트랙터(카고 트랙터) 차대가 베이스다.

M8A1은 1950년대에 미국이 만든 차량으로, 수송차량이지만 차대는 M41 워커불독 경전차가 베이스다. 여기에 보기륜을 하나 추가한 덕에, 차대만 놓고 보면 꽤 큰 전차의 차대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벌어진다.

레드 던이 촬영되던 1980년대 초반에만 해도 보기륜 6개 달린 미국제 전차의 가동 중고차량이 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M48시리즈도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에서 어엿한 현역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M48같은 미국제 전차 차대는 T-72의 차대라고 보기에는 프로포션이 좀 높은 편이다. 그래서 프로포션이 낮고 윗부분 개조의 자유도가 높은 M8A1 카고 트랙터가 선택된 것 아닐까. 때마침 이 차량들은 일찍 퇴역해 가동되는 잉여 방출차체를 소품 제작업체가 구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여간 영화속 전차들 중에는 이처럼 전혀 예상도 못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은데, 레드 던/람보 3의 T-72는 그 외에도 몇몇 영화들을 전전하며 돌려막기 나름 명연기(?)를 펼쳤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람보 3에서는 2편과 마찬가지로 하인드 헬기도 프랑스제 푸마가 대역 연기를 맡았다. 

이게 M8A1. 전차를 개조한 것도 아니었다!
이게 M8A1. 전차를 개조한 것도 아니었다!
참고로 람보 3에서 전차와 헬기가 충돌하는 장면은 이렇게 찍었다고...
참고로 람보 3에서 전차와 헬기가 충돌하는 장면은 이렇게 찍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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