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0을 정비중인 미 공군. (USAF)
A-10을 정비중인 미 공군. (USAF)

 

미 해군과 공군에는 각각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무기가 있다. 해군은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공군은 A-10이다.

미 공군은 사실 A-10을 일찍부터 없애고 싶어했다. 운용 시작한지 몇년 되지도 않아 육군에게 가져가지 않겠냐고 제안하기도 했고, 냉전 종식 후에는 정말 끊임없이 퇴역시킬 방법을 찾았다.

문제는 의회와 지상군의 반발이었다. 1991년 걸프전에서 A-10은 근접지원용으로 대활약했고, 2001년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A-10의 가치는 끊임없이 입증됐다. 심지어 한 때는 구시대의 유물이라 없애도 되지 않겠냐던 30mm GAU-8 기관포도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에게 압도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화력지원 수단으로 꽤 자주 사용되었다.

이렇게 진가를 입증하면서 의회와 지상군의 저항으로 퇴역 시기는 꾸준히 늦춰진 A-10이지만, 최근 미 공군이 고의적으로 A-10의 운용을 방해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러 운용을 어렵고 비싸게 만든 다음 의회에 “이렇게 운용이 어려워지고 있으니 빨리 퇴역하게 해 달라”고 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한 281대의 A-10중 133대는 실전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며 2023년에는 실전 투입 어려운 기체의 숫자가 177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이 상황이 단순한 노후화 때문이 아니라 미 공군에서 고의로 부품 공급을 지연시켜 생긴 정황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날개다. 2007년에 미 공군은 보잉과 242대분의 A-10용 주날개 생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173대분이 생산된 시점에서 미 공군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계약을 중지했다. 그리고는 추가 생산이 이뤄지려면 재입찰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돈이 많이 들어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결국 미 의회가 공군을 압박하면서 주날개 도입은 재개됐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백이 생기면서 2018년부터 2023년 사이에는 어쨌든 주익 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A-10이 날개가 낡아서 당분간 앉은뱅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날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주요 부품들에 대해 미 공군이 계약 중단이나 지연등의 수법으로 공급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이런 식으로 계약이 불안정해지면서 공급 업체들은 설비와 인력에 투자를 못하고, 그러면서 공급망이 더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부품 수급만으로 끝이 아니다. 미 공군은 현재 A-10운용에 필수적인 3개 정비창 중 유타주 힐 기지에 있는 정비창을 닫으려고 했다. 미 의회가 나서서 간신히 막기는 했지만, 또 이 과정에서 유지보수에 정체가 생겼다. 실제로 힐 기지 정비창은 매년 57대를 입고받아야 전력 유지가 되지만 현재는 매년 31대를 받는데 그치고 있다. 또 정비창의 지위가 불안정해지면서 원래대로면 계속 정비창에서 일해야 할 숙련된 정비공들이 직업 안정성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미 공군 입장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A-10은 미 공군에서 가장 용도가 제한된 플랫폼중 하나이다. 공대공 능력도,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도 없이 오로지 대지 근접지원 능력만 있는 플랫폼을 비싼 돈 들여 유지하느니 초음속 전투기로 대표되는 다른 ‘핵심전력’들에 그 재원을 돌리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군 입장에서 A-10만큼 CAS에 특화된 플랫폼은 놓치기 싫은 것이 사실이고, 그 덕분에 미 의회에서도 A-10에 대한 지지는 매우 두텁다. 그 때문에 최근 알려진 미 공군의 방해공작(?)은 만만찮은 역풍을 부르고 있는데, 과연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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