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F-21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고 관계자 일부가 장담을 했다. 기술적으로 초음속 전투기가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은 거짓말은 아니다. 전투기는 아니지만 개조된 여객기나 특수제작된 항공기를 이용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사례는 이미 실제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KF-21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을까.

일단 이게 말이 되는지 가장 쉽게 파악할 방법은 ‘비슷한 것은 있는가’이다. 대한민국 정부나 군, 방산업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은 잘 안하려 한다. 따라서 비슷한 것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찾아보니 확실히 있다. 미 국방부 산하의 방산 혁신 연구기관 DARPA가 보잉과 함께 주관했던 ALASA(Airborne Launch Assist Space Access: 공중 보조투하 우주 접근 쯤 되려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딱 ‘전투기로 위성발사’다. 초음속 전투기에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싣고 고도 12,000m까지 상승하다가 로켓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것이다. 이러면 로켓은 지상에서 발사될 때 필요한 것 보다 적은 연료로 대기권을 돌파할 수 있으니 그만큼 작고 값싸게 만들 수 있다. 당시 DARPA와 보잉이 추산한 비용은 기존 지상 발사 인공위성 대비 비용을 약 1/3. 예상대로만 되면 비용에 큰 이익이 될 터였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이 막 진행중이던 2010년대 초반에 관련 기술 대부분은 이미 존재했다. 전투기에서 쏜 로켓을 대기권 밖까지 진출시키는 기술은 이미 1980년대에 미국이 시험한 위성요격 미사일인 ASM-135를 통해 확보했다. 항공기에서 쏜 로켓이 실제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또 다른 공중발사 위성발사체인 노스롭 그루먼의 페가서스가 1997년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20여차례의 발사를 성공시키면서 검증된 셈이었다.

이러니 KF-21로 위성발사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네? 하고 생각한 당신.

잠깐 기다리세요.

ALASA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플랫폼은 F-15E였다. KF-21보다 확실히 더 크고 아름다운… 아니 크고 무거운 물건이다. 여기에 사용될 로켓은 위성을 탑재하면 거의 5,000파운드, 즉 2.3톤에 가까운 무게다. 

이게 얼마나 큰 덩치냐… 현재 전투기에는 F-15E계열(F-15K포함)에만 탑재하는 미국의 벙커버스터인 GBU-28이 2,076kg(4,576파운드)이다. 다른 전투기에는 무거워서 못 다는데, 그나마 F-15E도 딱 한 발만 단다. ALASA용 로켓도 부피와 무게 모두로 인해 F-15E에 딱 한발밖에 못 단다.

물론 F-15E의 무장 탑재량 자체는 2톤보다 훨씬 크다. 폭장량이 10톤을 넘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발에 2톤쯤 되면 F-15E에도 이론상 세 발 탑재가 한계고, 그나마 무게중심등을 고려해 실제로는 한 발만 달고 비행한다. ALASA용 로켓은 부피까지 크기 때문에 더더욱 한 발을 동체 중심에 다는게 한계다.

서방권 최대의 페이로드를 자랑하는 전폭기가 이 모양인데, 그보다 체급이 작은 KF-21이 과연 위성 발사용 로켓을 탑재할 수 있을까? 게다가 ALASA는 큰 로켓도 아니다. 페이로드가 45kg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이보다 더 작게 만들어 페이로드를 줄이면 경제성과 실용성 모두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니, KF-21로 위성발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국의 ALASA프로그램은 2015년에 고체연료의 불안정을 이유로 계획이 초기 단계에서 취소되어 버렸다. 참고할만한 사례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호언장담한 관계자분께는 죄송하지만, KF-21로 위성발사를 할 수 있을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