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에 폴란드제 대전차 로켓 발사기인 RPG-76이 등장한 모습이 선보였다.

RPG-76은 독특한 무기체계라 할 수 있다. 폴란드어로 코마르(Komar), 즉 모기라는 이름의 이 무기는 성형작약 탄두가 달린 로켓을 쏜다는 점에서는 RPG-7과 일맥상통하지만, 후폭풍을 뒤로 뿜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소총처럼 견착해서 쏘는 방식이다.

(개머리판을 펼친 상태의 RPG-76: Wikipedia)
(개머리판을 펼친 상태의 RPG-76: Wikipedia)
(폴란드에서 판매중인 RPG-76. 개머리판을 접은 휴대상태. 온라인에서 민수용으로 판매중인, 발사기능 및 작약을 제거한 불능화 모델이다)
(폴란드에서 판매중인 RPG-76. 개머리판을 접은 휴대상태. 온라인에서 민수용으로 판매중인, 발사기능 및 작약을 제거한 불능화 모델이다)

후폭풍이 없는 만큼 당연히 반동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그걸 소총처럼 어깨로 받아내려면 어쩔 수 없이 탄두의 무게에 제약이 생긴다. 그 때문에 탄두 중량은 불과 1.7kg으로, RPG-7의 가장 보편적 탄두인 PG-7계열 탄두가 2.6kg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훨씬 가볍다. RPG-76은 탄두와 발사기를 포함한 총 중량도 불과 2.1kg으로, RPG-7의 탄두보다도 가벼운 셈이다.

물론 탄두가 가벼운 만큼 위력은 제약이 있다. 관통력이 RHA기준 260mm로 RPG-7에 비해 다소 떨어지며(탄종에 따라 다르지만, 단일탄두형의 경우 300~400mm가 보통), 유효사거리는 250m로 표시되는데 이것이 RPG-7과 같은 기준이라면 RPG-7의 330m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좀 떨어진다(고정표적 상대 기준).

이것은 기본적으로는 로켓 보조추진식 총류탄에서 발전된 것으로, 발사기는 1회용이며 후폭풍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한게 장점이다(단, 탄두 뒤쪽에 바깥쪽으로 분출되는 로켓 노즐은 있으니 사수 옆에 서 있는건 좋은 아이디어는 아닐 듯). 여기에 무게가 2.1kg에 불과하니 휴대성도 높다.

폴란드에서는 1983년부터 생산되어 1995년까지 약 10만발이 만들어졌는데, 정규군이 아니라 특수부대나 공수부대등의 일부 부대들에 주로 공급되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대전차화기로 쓰기에는 관통력이 모자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수부대 등 장비 중량과 부피에 제약이 있는 병과들이면 이것도 꽤 우수한 화력수단이 될 수 있다. 경장갑차나 방어진지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등에 파병하면서 이것도 사용했지만, 정작 폴란드 국내에서는 2003년에 전면 퇴역해 치장물자로 보관되어 있었다. 이것들이 이번에 우크라이나로 원조된 것인데, T-72나 T-90등의 러시아군 주력전차를 정면에서 상대하지는 못해도 엔진데크등 취약지점을 노리면 시가전등에서 여전히 무시 못할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사실 북한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발상의 대전차 발사기를 이미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의 경우 아예 RPG-7용 탄으로 보이는 대물(?)을 장전해 발사한다는 점이 큰 차이인데, 과연 이 쪽은 발사 반동등의 면에서 어떨지 좀 걱정되는 면은 있다. 정확한 성능등은 아직 미공개인 듯.

퍼레이드 장면 캡쳐
퍼레이드 장면 캡쳐
북한의 홍보사진에 등장한 모습.
북한의 홍보사진에 등장한 모습.

이란 역시 비슷한 방식의 대전차 발사기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 쪽은 소총에 유탄발사기처럼 장착하기는 하지만 사이즈나 형태에서는 오히려 북한의 것 보다는 RPG-76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이것 역시 사거리나 관통력등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나와있지 않다.

(이란의 무기 전시회에 공개된 소총 장착형 대전차탄 발사기)
(이란의 무기 전시회에 공개된 소총 장착형 대전차탄 발사기)

하여간, 폴란드에서 원래는 서방측 군대 상대로 쏘겠다고 만들었던 무기가 이제는 러시아군 -개발될 당시만 해도 폴란드의 종주국이던- 상대로 위력을 발휘할 판이다. 오랫동안 치장물자로 보관된 탓에 과연 얼마나 멀쩡할지는 의문이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이것도 분명 아쉬운대로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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