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서방측의 대전차화기가 총출동하는 느낌이다. NLAW와 재블린은 이미 큰 전과를 올리는 중이지만, 독일에서 지원한 판쩌파우스트 3도 막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페인제 C90 대전차화기도 들어간 상태다.

C90은 생소한 분들도 많을 듯 하다. 1990년부터 사용하는 스페인의 90mm구경 1회용 대전차화기로, 스페인측의 주장으로는 “동급 대전차화기 중 가장 경량”이다. 가장 기본형인 C90-CR형은 현재 생산 버전(C90-CR-RB)이 제원표상 5.3kg인데, 사실 이 무게는 진짜 최경량 챔피언인 M72 EC형의 3.6kg에 비하면 다소 무거운것 맞다. 다만 M72 EC형이 66mm인걸 감안하면 90mm급 대전차화기로는 최경량이라고 우기지 못할 것은 없을 듯(좀 억지스럽지만). 어쨌든 제법 경량의 대전차화기라는 점은 사실이다.

위력도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운용에 따라서는 주력전차에 나름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기본형인 C90-CR-RB형이 최대 500mm의 장갑 관통력(균질압연강판, 즉 RHA기준)을 발휘하는 수준으로, M72 EC형보다 50mm를 더 뚫는 정도다. 기본형 외에도 대 장갑/대인 겸용의 C90-CR-AM(장갑 관통력은 220mm), 연막 차장용의 C90-CR-FIM, 벙커 파괴용의 C90-CR-BK(장갑 관통력 140mm, 콘크리트에는 300mm 관통. 콘트리트의 경우 관통후 내부에 제2 탄두를 넣어 내부 파괴)의 바리에이션이 현재 제작사인 인스탈라자(Instalaza) 사에서 공급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탠덤 방식 탄두라 반응장갑 상대로도 효과가 있을 듯?)

사거리는 고정 점표적 상대로 350m로, 업체에서는 따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보통 무유도 대전차화기의 유효사거리 한계를 ‘전차를 50% 명중시킬 수 있는 거리’로 보는 기준대로면 이것도 350m밖에서 비슷한 명중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 형태의 무기로는 제법 사거리가 나오는 편이며, 지역표적 상대로의 유효사거리는 700m에 달하므로 2배율 광학조준경이 달려있는 점도 특이하다. 또 레일이 달려있어 야간 조준경을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발사관 자체는 재사용 안되는 1회용이지만, 제작사 인스탈라자측은 재사용 버전도 홍보중이다. 재사용 버전은 발사기 자체는 3.9kg으로 매우 경량이고, 탄약은 대략 3kg정도이다. 유효사거리는 1회용 버전과 동일. 이 쪽은 칼 구스타프처럼 다양한 탄약으로 다목적 사용이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인스탈라자에서는 이것 말고도 유효사거리를 600m로 늘리고 관통력도 700mm까지 높인 알코탄-100이라는 바리에이션을 내놓았는데, 긴 사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디지털 계산기(물론 재사용)가 조합된 사통장치까지 달아놨다. 다만 이것은 무게가 10kg안팎이라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붙일 수 없게 됐다.

이미 우크라이나에 반입되기 시작한 듯 한데, 현재 지원된 것은 1회용인 C90-CR계열인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C90계열은 처음부터 원격 격발이 가능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마치 클레이모어(크레모아)처럼 적이 들어올 길목에 미리 매복배치 시킨 다음 사수가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격발시키는 방식, 혹은 부비트랩처럼 인계철선 방식으로 격발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해 아군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C90이 대단한 무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것 역시 근접 대전차 전투에서는 무시 못할 화기로 작용할 것 같다. 이미 13개국이 운용중인데, 그 중에는 에스토니아도 포함되어 있다. 에스토니아도 우크라이나 지원국 중 하나인데, 우크라이나에 들어간 C90중에는 에스토니아가 원조한 것도 포함되어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