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중인 ATACMS (US ARMY)
발사중인 ATACMS (US ARMY)

 

최근 미국이 하이마트… 아니 하이마스를 우크라이나에 또 추가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배치될 하이마스의 숫자는 16문이 되었다(이미 8문이 작전중이고 곧 4문이 우크라이나 도착). 

하지만 미국은 하이마스와 기존의 GMLRS만 공급하지 않을수도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미국 사이에는 하이마스의 잠재력을 더욱 끌어내려는 논의가 진행중이다. 바로 ATACMS 제공 논의가 진행중인 것이다.

미국은 최근까지 ATACMS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 때문에 확전 자제를 명분으로 제공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GMLRS로 러시아 후방 거점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보이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원거리 종심타격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러시아군의 행동을 더욱 제약할 필요를 느끼는 듯 하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확전 우려로 인해 ATACMS제공은 미국이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제공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ATACMS는 기존의 확산탄을 넣은 구형중 상당수가 단일탄두 버전으로 교체된 상황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전달되는 것도 단일탄두 버전일 확률이 높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GMLRS를 쓰는 것도 광범위한 면적을 타격하기 보다는 탄약보급소나 지휘소, 방공망등 핵심시설 타격용인 만큼 확산탄보다는 단일탄두 버전이 더 현실적이다.

어쨌든 ATACMS가 확보되면 사거리는 300km로 현재 사용중인 GMLRS로켓의 3배를 훌쩍 넘는다. 이렇게 되면 일단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군에게 확고한 안전지대는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내의 사실상 모든 러시아군 점령지역이 사거리 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7월 21일자 우크라이나 전황도. ATACMS가 들어오면 이 지도에서 기존 우크라이나 영토 중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 사실상 전부가 사거리 안에 들어간다. (Wikipedia)
7월 21일자 우크라이나 전황도. ATACMS가 들어오면 이 지도에서 기존 우크라이나 영토 중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 사실상 전부가 사거리 안에 들어간다. (Wikipedia)

 

현재 러시아군은 GMLRS타격으로 인해 탄약고를 예전보다 더 후방으로 빼고 있다. 덕분에 그러잖아도 트럭등의 부족으로 군수지원이 원활하지 않던 러시아군은 더 애를 먹는 듯 한데, ATACMS가 들어오면 사실상 탄약고를 최전선에서 300km 가까이 후방에 위치시켜야 한다. 이러면 지금도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는 러시아군의 군수지원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러시아군의 작전을 넘어 러시아가 절대로 놓으려 하지 않는 크림반도의 안전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군이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ATACMS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조짐이 벌써 보이고 있다. 크림 반도의 러시아 흑해함대 모항인 세바스토폴에서 최근 주요 함정들이 흑해 연안의 다른 러시아 항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항이고 오랫동안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주요 시설이 밀집한 세바스토폴을 굳이 버리고 다른 항구로 배들을 옮기는 이유가 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ATACMS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운용되기 시작하면 러시아로서는 확실히 배들을 빼야 한다.

비록 ATACMS가 대함미사일은 아니지만, 정박한 함정이라면 고정표적이니 절대 안심할 수가 없다. CEP가 10m정도에 불과하니 아예 명중해버릴 가능성도 높고, 또 탄두가 221kg에 달하니 배 바로 옆에만 떨어져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미 3월 24일에 우크라이나군이 토취카-U 탄도미사일로 한 척의 상륙함(사라토프)를 격침시켜 버린 전례가 있는데, CEP 100m가 넘는 미사일로도 이랬으니 ATACMS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케르치 대교(위키피디아)
케르치 대교(위키피디아)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크림 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케르치 대교의 안전도 위협받는다. 이 다리도 우크라이나 영역에서 쏠 ATACMS사거리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미사일 한두발에 다리가 무너질 가능성은 낮지만, 시간차를 두고 몇 발을 같은 지점에 사격한다면 무너지지 않더라도 러시아측의 정상적인 운용에는 큰 지장이 초래될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케르치 대교의 정상 운용을 막는데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단순한 전쟁 수행을 넘어 크림 반도의 유지 자체에 상당한 곤란에 처할 수 있다. 케르치 대교는 사실상 크림 반도를 외부와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교통로이고, 특히 이 다리를 지나는 철도는 아주 중요한 물류 수단이다. 이게 끊어지면 모든 물자를 배로 실어날라야 하는데, 문제는 ATACMS로 다리까지 못 쓰게 될 상황이면 항구도 정상적인 운용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크림 반도 운용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고, 더 나아가 남부전선에 대한 군수지원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다만 ATACMS에 이런 장미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GMLRS는 상대적으로 작고 비행고도가 낮은데다 다른 장사정 로켓과도 혼동되기 쉬우므로 러시아의 방공망이 저지하기 힘들지만, 아예 탄도미사일인 ATACMS라면 S300이나 400에 의한 요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S300이나 S400도 완전한 것은 아니고, 어쨌든 우크라이나군에 300km급 타격수단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러시아군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이것으로 벨고로드 등 아예 러시아 본토까지 타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니 미국으로서도 쉽게 공급을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과연 앞으로 미국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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