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영동 지방에서 벌어진 대형 산불에 산악용 특수소방차인 '산불 전문 진화차'가 활약한다는 뉴스가 들리고 있다.
산불전문 진화차는 이름 그대로 산불 상황에도 출동 가능한 오프로드 트럭으로, 이번에도 일반 소방차의 접근이 힘든 곳까지 출동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트럭은 독일 벤츠사에서 만든 우니모크(Unimog) 트럭을 베이스로 만든 것이다. 위 동영상은 국내 운용중인 것과 같은 모델은 아니지만 또 다른 우니모크 베이스의 소방차 홍보영상으로, 뛰어난 오프로드 능력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차량이 전국에 아직 7대밖에 없다는 것. 산악지대가 국토의 65~70%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아직도 절대다수의 소방차가 산악지대 접근이 어려운 일반 트럭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플래툰은 소방 전문매체가 아니다. 굳이 소방차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게 군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군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위 동영상은 우니모크의 군용 버전이다. 우니모크는 원래 농업 및 기타 산업용으로 만든 트럭이지만, 군용으로도 여러나라에서 운용중이다.
우리 군 역시 우리나라에서 운용중이면 당연히 산악지형에서의 차량 운용에 신경을 써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난 70여년간 우리 군은 산악지형에서의 차량 운용에 대해 "지형을 감안하면 매우 신경을 덜 쓴"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군용 중형 트럭은 기본적으로 "베트남 전쟁때의 미군"과 큰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애당초 중형 트럭인 K511계열(흔히 말하는 두돈반) 트럭 자체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쓰던 M35계열의 국산 개량형이기 때문이다.
이 트럭도 그렇고 5톤인 K711계열 역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사용하던 M39나 M809등의 5톤 트럭을 베이스로 만들었다. 물론 엔진이나 변속기, 조향장치등 소소한 개량은 있었지만, 애당초 기본 컨셉 자체가 구식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베트남전 당시의 미군 M35나 M39등도 사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컨셉과 디자인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즉 흔히 말하는 '폼 팩터'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군은 군용 트럭이라는 부분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군 트럭 개념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이들 트럭은 현대의 기준으로는 문제도 적지 않다. 특히 험지나 연약지 주행능력은 현대의 기준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흔히 민간에 불하된 군용 트럭이 산판에서도 사용된다 해서 우리 군의 군용 트럭 정도면 험지주행 능력이 굉장히 높은거 아니냐고들 생각하는데, 그거야 민수용 트럭보다 높다는 이야기지 '현대의 군용트럭'기준으로 좋은 편은 절대로 아니다.
(아예 나무위키에서도 "낮은 지상고와 야지에서 지형적응력이 떨어지는 서스펜션, 진창에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구형 타이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 비난중 딱히 틀린 부분은 없는게 문제다)
우리 군의 전술 트럭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베트남 전쟁때의 미군 트럭이 베이스인데, 그 미군 트럭들 모두 기본 컨셉은 1930년대의 미국 상용 트럭들에서 발전된 형태이기 때문에 베트남 전쟁때 부터는 미군도 많은 한계를 느꼈다. 그 때문에 미군은 1990년대부터 FMTV(3톤대/5톤대)와 HEMTT(10톤대)의 대형 트럭 시리즈를 도입했는데, 특히 FMTV는 오스트리아의 상용 트럭을 베이스로 군용으로 개량한 버전이지만 험지주행 능력은 기존의 M35계열 군용트럭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필자가 한미 연합훈련등을 직접 취재해 본 경험으로 보면, 우리 군의 K511/711계열 트럭은 위에 언급한 독일의 우니모크나 미군의 FMTV보다도 산악지형 극복능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우리 군용 트럭이 지나가지 못하는 곳을 FMTV가 지나가는 경우도 직접 목격한 일이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산악국가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정작 산악지형에 적합한 군용 트럭을 제대로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형만 보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같은 나라처럼 험지주행 능력이 좋은 군용 트럭을 대량으로 보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당시의 미군 트럭 발전형'에 여전히 발이 묶여있는 셈이다.
물론 군에서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24년부터는 나름 현대적인 폼팩터에 맞추고 험지주행 성능 개선등 많은 면을 현대화한 차기 중형 전술차량 시리즈(위 사진)로 기존의 K511/711 트럭을 대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수량이 줄어드는 군 병력 규모를 감안해도 도입 예정수량이 넉넉하지 않을거라는 이야기가 많고, 군용 전술차량의 수량이 부족한 부분을 적은 예산으로 메꾸기 위해 재설계를 거치지 않은 민수용 트럭을 추가로 도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앞으로도 산악지형이나 험지에 대한 군의 재보급 문제는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실 평상시에야 기존에 닦아놓은 일반 도로나 전술도로들이 꽤 험한 곳까지 많이 나 있으니, 대부분의 군 훈련장이나 주둔지까지는 기존 트럭으로는 물론이고 상용 트럭으로도 어떻게든 군의 보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났을 때 기존의 도로에만 의존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우리 군이 오랫동안 겪어온 트럭의 문제는 신형 차량의 도입으로 해결됐다고만 볼 수는 없다. 여기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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