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42 HIMARS (US ARMY)
M142 HIMARS (US ARMY)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지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적잖은 전문가들은 바로 ‘수송’ 그 자체를 문제로 지목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결정한 M142 HIMARS와 M270등의 MLRS체계다. 최근 미국의 관계자들은 이것을 우크라이나에 원조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인터넷에 기고하고 있다. 그 일부 내용을 여기에 옮겨볼까 한다.

HIMARS와 M270모두 차량은 18~25톤 안팎의 무게를 가진다. 평소에도 그것 자체를 운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크라이나는 전쟁중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본국으로 이것을 운반하지도 못한다. 폴란드에 도착한 다음 일단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러시아측의 방해가 없을 타이밍을 잡아 국경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탄약이다. 탄약은 6발짜리 한 포드에 2.5톤이다. 이걸 쏘는데 드는 시간은 겨우 수십초에 불과하다. 단 1분간 12발(M270의 풀 장탄수)을 쏠래도 5톤의 무게가 사라진다. M270을 겨우 두 번 일제사격하는데 10톤의 물류 소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미군에서 보통 한 대의 HIMARS나 M270이 정상적인 작전을 수행하는데 필요하다고 보는 탄약 소요량이 대략 로켓 300발 정도라고 한다. 이걸로 대략 10~12시간의 작전을 서포트할 수 있다고 본다. 반나절의 작전을 위해 120톤이 넘는 탄약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단 한 문이 반나절만 작전하고 때려칠 것은 아닐테니, 훨씬 더 많은 탄약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 탄약도 일단 폴란드까지 와서, 폴란드 국내의 보급창에 비축되었다가 거기서 또 1,000km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최전선에 도달할 수 있다. 평시에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쟁중인 나라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M270 (US ARMY)
M270 (US ARMY)

 

애당초 우크라이나에 MLRS용 로켓을 서포트할 차량도 없다. MLRS용 로켓은 HEMMT로 불리는 10톤급 트럭을 이용해 옮겨야 한다. 평상시 도로에서 옮기는거라면 민수용 트럭으로도 충분하지만, 문제는 야전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 HIMARS건 M270이건 그 기동성을 추종하려면 로켓 운반차량도 기동성이 높아야 하고, 또 별도의 크레인 차량을 야전에 동원할 수 없으니(2.5톤짜리를 사람이 들고 내릴 수도 없고…) HEMTT처럼 자체 크레인이 있는 차량이 필요하다. 결국 NATO가 HEMTT나 독일 MAN사의 유사 차량을 원조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차량도 MLRS만큼이나 덩치가 크고 무겁다. 이게 한 대로 운반할 수 있는 숫자가 12발이다. 트레일러를 끌어 운반량을 늘려도 24발에 불과하다. 당연히 MLRS나 HIMARS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그보다 많은 숫자의 운반 트럭도 또 원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MLRS가 들어올 때 여러대의 HEMTT가 같이 수입되어 지금도 운용되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MLRS/HIMARS 원조에는 막대한 물류 소요가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물자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물자는 어마어마한 종류와 어마어마한 양이다. 방탄복, 헬멧, 재블린, NLAW같은 물건부터 하나에 수십kg짜리 155mm포탄 수만발에 이르기까지 실로 엄청난 종류와 양의 물자가 지금도 국경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다. 물류 통로에 지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HEMTT트럭에 대량의 MLRS용 로켓 포드를 얹은 모습. 이렇게 어마어마한 부피이지만... 이게 딸랑 12발이다. 1분 쏘면 사라진다. (US ARMY)
HEMTT트럭에 대량의 MLRS용 로켓 포드를 얹은 모습. 이렇게 어마어마한 부피이지만... 이게 딸랑 12발이다. 1분 쏘면 사라진다. (US ARMY)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에서 주력 화포 취급을 받기 시작하는 -기존의 포탄 재고 소진으로 NATO가 원조한 포탄을 주로 쏘아야 하니- M777의 숫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과 우방국들이 원조한 M777계열 포는 100문이다. 그런데 그 100문중 아직 1/3도 우크라이나 내에서 전력화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5월 22일 시점까지 단 12문만 우크라이나에서 전력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훈련과 이동, 배치등의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근 추가지원을 결정한 M777의 숫자가 18문인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미군 자신의 재고도 넉넉하지 않지만(미군의 보유량이 999문에 불과. 그 중 이미 90문을 원조), 그 이상으로 포 자체와 그에 소요되는 탄약을 공급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당장 많은 양을 주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주는 물자가 일견 ‘쪼잔해’보이는 것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HIMARS 4문, 영국이 M270 10문 등 원조를 결정한 MLRS체계의 숫자가 적은 것도 단순히 발사기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이것들을 정상적으로 운용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양의 탄약과 운반차량 및 기타 장비와 물자의 물류까지 감안한 숫자라는 이야기다. 이것들을 단 몇주 이내에 우크라이나에 반입시키고 훈련과 배치, 전력화까지 완료시키려면 한번에 넣을 수 있는 숫자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독일처럼 중화기를 진짜 줄 생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나라도 있기는 하다(독일의 경우 M270을 주는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며 또 지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판이니…). 하지만 현재까지 서방측이 제공하는 중화기류가 ‘우크라이나가 지지 않을 정도만 일부러 적게 주는’거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전쟁은 그저 최전선에 무기만 보내서 되는게 아니라 그 무기가 계속 싸울 수 있게 하는 군수지원으로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의 M777. 그나마 무게가 가볍고 미국이 지원할 수 있는 것 중 군수지원 소요가 가장 작은 155mm 포임에도 불구하고 전력화에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Wikipedia)
우크라이나군의 M777. 그나마 무게가 가볍고 미국이 지원할 수 있는 것 중 군수지원 소요가 가장 작은 155mm 포임에도 불구하고 전력화에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Wikipedia)

 

관련기사

저작권자 © 월간 플래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