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전의 흐름을 바꾼 대전투중 하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에드 스크레인, 패트릭 윌슨, 우디 해럴슨, 루크 에반스, 데니스 퀘이드, 쿠니모토 준, 아사노 타다노부

2019. 12. 31 개봉

미드웨이 국내판 스페셜 포스터.
미드웨이 국내판 스페셜 포스터.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 등 지구의 운명이 걸린 대재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롤랜드 에머리히(주로 헐리웃에서 활동해서 그를 흔한 미국인 감독으로 잘못 아는데, 독일 출생의 독일인이다) 감독이 우주 전쟁이나 재난이 아닌, 격렬한 전장 속으로 뛰어 들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의 태평양 전선 최대의 승부처가 된 미드웨이 해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이 막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초기, 미국과 일본은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산호해 해전의 잽 날리기에(그런 것 치고는 미국은 항모 [렉싱턴]을 잃고 항모 [요크타운]은 대파된다) 이어서 미드웨이섬의 점령을 둘러싼 치고막는 대결전의 장이 펼쳐진다.

영화는 항모 [엔터프라이즈] 소속 SBD 던트레스 급강하 폭격대 부 지휘관인 딕 베스트, 일본군의 암호 해독에 진력하는 미 해군 정보장교 에드윈 레이튼과 여러 인물들을 축으로 윌리엄 '불' 핼시 제독, 미 해군 태평양 함대 사령관 체스터 니미츠 제독, 거기에 적인 일본 해군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 이하 주 공격부대인 제1 항공함대의 나구모 주이치 제독, 항공참모 야마구치 다몬 제독등이 등장해 긴박한 전장 속으로 관객들을 끌고 들어간다.

항모 엔터프라이즈 비행 갑판의 딕 베스트. G-1 비행 자켓에 구명대를 착용한 모습.
항모 엔터프라이즈 비행 갑판의 딕 베스트. 미 해군 조종사용 G-1 비행 자켓에 구명대를 착용한 모습.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일요일의 진주만 기습에 이어 시간대 별로 둘리틀 폭격대의 B-25 미첼 폭격기 항모 출격에 의한 첫 도쿄 공습, 거기에 서로의 의도를 간파하려 안간힘을 쓰며 미드웨이 전장으로 모여드는 미, 일 양 해군의 기동은 볼만한 장관이며 역사적인 흐름의 재현으로써도 적절했다.

미드웨이 해전을 소재로 한만큼 스크린에서 튀어 나올 듯이 기동을 펼치는 당시의 항공기나 항모들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을 흥분시킬 충분한 눈요기 거리.

미 해군의 SBD 던틀레스 급강하 폭격기, TBD 데버스테이터 뇌격기에 일본 해군의 제로 21형 함상 전투기, 97식 함상공격기(수평 폭격 및 뇌격용), 99식 함상폭격기(급강하 폭격기)등이 치열한 공중전을 벌인다.

특히 이 공중전 장면들이 매우 박진감에 넘쳐서, 일본 해군 함정의 96식 25mm 2연장/3연장 대공 기관포가 뿜어대는 불꽃놀이 같은 화망을 뚫고 미 해군 SBD 던틀레스 급강하 폭격기들이 내리 꽂히는 장면은 마치 관객이 급강하 폭격기의 조종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롤러 코스터 간접 체험을 하게 해준다(IMAX로 개봉한다면 꼭 봐야 할 이유다).

대공 사격에 불이 붙은 채 강하하는 미 해군 SBD 던틀레스 급강하 폭격기.
대공 사격에 불이 붙은 채 강하하는 미 해군 SBD 던틀레스 급강하 폭격기.

꼬리에 따라 붙는 제로 전투기를 떼어 내려고 SBD 던틀레스나 TBD 데버스테이터가 이리저리 기체를 비틀며 벌이는 공중전도 이 영화의 백미.

실제로 SBD 던틀레스 조종사인 Stanley "Swede" Vejtasa는 혼자서 일본 해군 제로 전투기 3대의 습격을 받고도 공중 회전 비행을 하며 그 중 2대를 격추시킨 후 전투기 부대로 전출되었을 정도로 던틀레스는 명기였다.

근접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SBD 던틀레스나 TBD 데버스테이터를 실물 크기로 제작했으며, 공중전 장면에는 리얼한 CG가 더해져서 제2차 대전의 전장을 스크린 위에 구현해 냈다.

착함한 SBD 던틀레스의 후방 총좌에서 일본 해군 폭격기를 향해 Cal. 30 기관총을 맹사격.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재현한 것이다.
착함한 SBD 던틀레스의 후방 총좌에서 일본 해군 폭격기를 향해 Cal. 30 기관총을 맹사격.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재현한 것이다.

미 육군 B-26 머로더 폭격기나 일본 해군 96식 육상공격기가 수평 폭격으로 함대를 공격했던 모습도 재현되었고 일본 해군기가 폭탄을 떨구는 미드웨이섬 한복판에서 "계속 카메라를 돌려!" 라며 전투 장면을 찍으라고 외치는 사람은 당시 헐리웃의 초인기 영화 감독이던 존 포드.

그는 미 해군 홍보영화 촬영을 위해 미드웨이섬을 방문했다가 미드웨이 전투에 휘말려 버렸고, 폭격의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찍은 필름을 편집해 [The Battle of Midway]라는 컬러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존 포드 감독이 만든 [미드웨이 전투]의 실제 필름이다. 컬러로 촬영되었으며, 일본 해군 함상 전투기와 폭격기의 공습 속에 목숨을 걸고 찍은 실제 전투 장면들이 등장한다.

미군 총기류로는 아리조나 함상에서 일본기를 향해 쏘던 20mm 욀리콘 기관포(이 기관포는 미 해군은 1942년부터 사용을 해서 사실 1.1인치 4연장 기관포가 나와야 하나 이건 혼자 쏠 수 없으니)가 인상적이고, 미드웨이섬에서는 수냉식 M2 브라우닝 중기관총이 불을 뿜는다.

거기에 미드웨이섬 방어 병력은 스프링필드 M1903 소총을 들고 있는 것으로(미드웨이섬에는 M1 개런드 소총도 좀 있었으나 역시 대전 초기를 묘사하려 한 듯) 깨알같이 신경을 썼으며 미드웨이섬의 대공 방어를 위해 섬에서 지상 출격한 미 해병 비행대의 F2A 버팔로나 미 해군 F4F 와일드 캣의 분투가 빠진 게 아쉽지만, 이것까지 넣었다간 영화가 산만해질 수 있어서 이 부분은 납득할만한 선택.

일본 해군 항모 [아카기]에 미 해군 SBD 던틀레스가 급강하 투하한 폭탄이 탄착!
일본 해군 항모 [아카기]에 미 해군 SBD 던틀레스가 급강하 투하한 폭탄이 탄착!

[미드웨이] 2차 예고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특유의 영웅화가 지나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기에 살짝 걱정했는데, 역시 실화가 바탕에 실존 인물들이 베이스라서 그런 과한 모습은 자제한 편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니 연말연시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최고의 볼 거리가 될 영화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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