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차량 질주에 모든 것을 걸었다

[모가디슈] IMAX 포스터.
[모가디슈] IMAX 포스터.

1990년 말,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거기 "뭐가됐슈?" 하신 분, 손들고 서 계시기 바란다

대한민국 대사관의 한신성 대사(김윤석)는 국가 안전 기획부 소속의 화이트 요원(신분을 노출한 채 각국 대사관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무관이나 정보요원. 신분을 통지하기 때문에 현지 정보당국도 그가 정보요원임을 알고 있으며, 감시의 대상이 된다. 노출하지 않고 위장 신분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블랙 요원으로 불리며, 바로 스파이를 의미한다)인 강대진 참사관(조인성)과 함께 [시아드 바레] 대통령과의 면담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신성 대사와 강대진 참사관. 반군의 공세가 치열해지자 탈출할 방도를 찾으려 동분서주한다.
한신성 대사와 강대진 참사관. 반군의 공세가 치열해지자 탈출할 방도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한다.
북한측의 사주를 받은 소말리아 현지인들의 무장 강도를 빙자한 한국 대사관 방해 공작. 현지인이 들고있는 총은 중국제 56식 자동 소총으로, 접절식 대검이 빠진 상태다.
북한측의 사주를 받은 소말리아 현지인들의 무장 강도를 빙자한 한국 대사관 방해 공작. 현지인이 들고있는 총은 중국제 56식 자동 소총으로, 접절식 대검이 빠진 상태다.

1970년대부터 북한은 아프리카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여 친북한 기류를 만들어 놓고 있었고, 이것은 당면 과제인 한국의 UN 가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

거기에 북한측 태준기 참사관(구교환. 북한 보위부 소속으로 화이트 요원이다)의 적극적인 방해로 한국 대사관의 대통령 면담에 차질이 생기며 북한 대사관의 림용수 대사(허준호)와의 갈등은 고조되어만 간다.

소말리아 대통령 궁에서 북한측 림용수 대사와 맞닥뜨린 한국측 한신성 대사. 그동안 쌓인게 폭발하게 된다.
소말리아 대통령궁에서 북한측 림용수 대사와 맞닥뜨린 한국측 한신성 대사. 그동안 쌓인게 폭발하게 된다.

해가 바뀌어 1991년 초.

모가디슈는 진격해 오는 반군의 가열찬 공세 앞에 폭풍 앞의 등불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군벌인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가 이끄는 소말리아 반군은 [시아드 바레] 대통령의 독재 정치에 지친 국민들의 지지까지 얻으며 일종의 혁명군으로 행세하고 있었고, 그가 외치는 외세 반대에 여러 나라 대사관들마저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모가디슈로 밀어 닥치는 아이디드의 반군들.

드디어 정부군의 저항을 뚫고 수도 모가디슈로 파도처럼 밀어 닥치는 아이디드의 반군.

사방에서 생포된 정부군과 경찰관에 대한 즉결 처형이 난무하고, 반군에게 유린당한 북한 대사관을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림용수 대사와 직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은 오갈데 없는 상황 아래 한국 대사관으로 필사의 발걸음을 옮긴다.

대사관이 반군들의 손에 불타자 거리로 내몰린 북한 림용수 대사와 직원, 가족들.
대사관이 반군들의 손에 불타자 거리로 내몰린 북한 림용수 대사와 직원, 가족들.

[베를린], [베테랑] 등 다양한 장르의 액션 영화를 선보인 류승완 감독이 '남북한 대사관이 힘을 합쳐 사지에서 탈출한다'는 보기드문 소재를 스크린에 펼쳐 보였다.

전작인 [군함도]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논란과 흥행 부진에 빠진 것에 대한 류감독의 절치부심이자 대답이 이 [모가디슈]인 셈이다.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 역시 방도를 찾아 보지만...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 역시 방도를 찾아 보지만...

분쟁 지역이 무대인만큼 영화는 밀리터리적인 디테일에도 포커스를 맞추는데, 한국측 안기부 요원 강대진 참사관이 북한제 68식 보총(북한판 AKM)이나 78식 저격 보총(루마니아제 M76, FPK를 참고한 북한제 저격총. 북한이 굳이 원조라 할 수 있는 소련제 드라구노프 SVD가 아닌 루마니아제를 참고한 이유는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동유럽 최고의 '주체 사상 지지자'에 북한의 김일성과 형님, 아우할 정도로 [1918년생인 차우셰스쿠가 1912년생인 김일성을 개인적인 자리에서 자주 한국어로 '형님' 이라 불렀다는 증언이 있다. 실제로 둘은 의형제를 맺기도 했다] 친분이 끈끈했고 군사 교류가 있었다는 점이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차우셰스쿠를 기쁘게 하기위해 루마니아로부터 제공받은 M76, FPK를 참고한 저격총을 만들었다는 것. 비슷한 사례로 순전히 김정일의 개인 취향 때문에 북한군 제식 권총이 된 체코슬로바키아제 CZ-75 권총의 카피판인 백두산 권총을 들 수 있다)을 소말리아 반군들이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외신 기자에게 흘려 기사화하여 북한을 궁지로 몬다거나, 현지인을 이용해 한국 대사관과 바레 대통령과의 면담을 방해하는 북한측 보위부원 태준기 참사관의 모습 등은 외교라는 표면 뒤에서 치열하게 펼쳐지는 첩보전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안기부 요원으로 소말리아에 도착한 강대진 참사관이 외교관 여권을 내보이고 있다.
한국 안기부 요원으로 소말리아에 도착한 강대진 참사관이 외교관 여권을 내보이고 있다.

소말리아 정부군의 군복으로는 프랑스군의 리자드 패턴 위장복을 모방한 해외 생산 위장복(1970-80년대 한국 기업들이 많이 생산해서 수출하기도 했고, 지금도 의류 생산으로 유명한 대기업들은 대부분 참여한 바 있다. 현재는 단가 문제로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 생산해 수출한다)들이 눈에 띄고, 중근동 국가의 위장복들도 몇 종류 확인이 된다.

이탈리아 대사관을 지키던 이탈리아군의 위장복은 1991년 초반에 도입된 M1991 사막 위장복 같은데, 실제로는 1991년 1월 시점에서는 아직 M1950 패턴 위장복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애매하지만 시각적으로 문제는 없어 보인다.

북한 보위부원인 강대진 참사관. 현지인들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한국 대사관을 집요하게 방해한다.
북한 보위부원인 강대진 참사관. 현지인들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한국 대사관을 집요하게 방해한다.

클라이막스로 등장하는 차량 탈출은 정부군의 오해로 인해 PKM 기관총의 맹사격과 반군들의 자동 소총 난사 속에서 혈로를 뚫게 된다.

질주하는 차의 스피드와 사격에 의한 탄착의 묘사가 절묘하고, 특수 효과로 이어 붙인 차량을 관통하는 롱 테이크 샷은 IMAX 관람이 필요한 백미라 할 수 있다.

마지막에 보여지는 '책 증가 장갑판'을 두른 차량 탈출 장면은 근래 한국 영화에서 보기힘든 액션 장면을 연출해 냈다.
마지막에 보여지는 '책 증가 장갑판'을 두른 차량 탈출 장면은 근래 한국 영화에서 보기힘든 액션 장면을 연출해 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위해서 실제와는 다르게 어느정도 각색을 한 부분도 있다.

등장 인물과 실제 인물의 이름에 차이를 두었고 가족 구성도 약간 다르며, 실제로는 북한 대사관 김용수 대사에게 먼저 합류를 권유한 것도 한국 대사관의 강신성 대사였다.

그는 무사히 사지를 빠져 나온 후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탈출]이라는 책을 써냈고, 이 책이 영화 [모가디슈]의 토대가 된 것이다.

[모가디슈]의 주요 인물로 구성한 아트 워크 포스터.
[모가디슈]의 주요 인물로 구성한 아트 워크 포스터.

이렇게 이 영화의 원인이 되는 모가디슈를 함락시키고 1993년에는 그를 체포하려고 미군과 UN 평화유지군이 [고딕 서펀트] 작전까지 벌이게 한(이것이 실패한 과정을 그린 것이 영화 [블랙호크 다운]이다) 소말리아 군벌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아이러니하게도 원래는 자신이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시아드 바레] 대통령의 심복이었지만, 배신을 하고 반대편에 섰던 그는 1996년,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는 [알라 마흐디 무함마드] 세력과의 교전 중에 입은 부상으로 사망하였으니, '총으로 흥해 총으로 망한'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영화의 밀리터리 관련 자문으로는 본지에서도 활동하는 태상호 기자가 맡아서 리얼한 총격 장면등의 묘사에 실감을 더하는데 일조를 하며 차별화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특필할 점.

'죽음과 파괴만이 드리운 분쟁 지역에서의 남북한이 힘을 합친 탈출'이라는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소재를 훌륭하게 영화로 옮기는데 성공한 감독과 출연진, 제작진에게 극장 한 켠에서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모가디슈] 1차 예고편 확장판. 사건의 흐름을 보여준다.

[모가디슈] 캐릭터 예고편. 각 등장 인물의 성격이 대비되어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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