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리뷰로 달래본다

감독: 아론 슈나이더

출연: 톰 행크스, 스테판 그레엄, 맷 헬름, 엘리자베스 슈

2020. 7. 20 Apple TV+ 공개

Apple TV+ 공개 확정 후 공개된 [그레이하운드]의 포스터.
Apple TV+ 공개 확정 후 공개된 [그레이하운드]의 포스터.

실로 최근에 등장한 해전 영화 중에서 최고 걸작이라 일컬어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를 학수고대했던 지난 초여름,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세 속에 영화사는 극장 공개를 포기하고 Apple TV+에서 공개하고 만다.

그 정도의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이 영화는 해전 영화사에 족적을 남겼으며, 아직도 큰 스크린으로 보기를 열망하고 있다.

영국의 해전 전문 소설가인 C.S. 포레스터(나폴레옹 전쟁 시기 영국 해군 사관의 일생을 다룬 [혼블로워] 시리즈로 유명. 국내에서는 [야망의 파도] 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서 만든 드라마 시리즈가 방영되었다)가 1954년에 쓴 소설인 The Good Shepherd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이 제2차 대전에 막 참전한 1942년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마한급 마한 진한 변한 아재 개그 금지 구축함 Keeling호(가상의 구축함으로 실존하지 않는다)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플레처급 구축함인 Greyhound호라는 역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구축함으로 무대를 바꿨고, 이를 영화 제목으로 썼다.

37척으로 이뤄진 수송선단 HX-25의 호위를 맡은 미 해군 구축함 그레이하운드의 함장 크라우스 중령(톰 행크스 분)은 유능한 부장인 찰리 콜 소령(스테판 그레엄 분)의 도움을 받지만, 해상 호위 임무 지휘는 처음 수행하는 처지.

함상에서 수상 수색을 지휘하는 크라우스 중령.
함상에서 수상 수색을 지휘하는 크라우스 중령.

대서양 해상 보급 라인에는 중간에 항공기의 항속 거리 때문에 공중 엄호를 받지 못하는 '칠흑의 고난' 구역이 있는데, 바로 이때를 노리고 독일 해군의 유보트들이 떼를 지어서 '늑대떼 전술'로 수송선단을 마음대로 유린했다.

이런 상황은 1943년 이후 수송선단에 호위 항모를 배치한다거나, 대잠전 능력이 대폭 향상되기 전까지 계속되어 연합국의 출혈을 강요한 바 있다.

이 영화 속에도 그런 대전 초기의 난관이 잘 묘사되는데, 성동격서 전술로 미국과 영국의 구축함을 유인해낸 후 선단 한 가운데로 파고들어 수송선들을 차례차례 격침시키는 유보트들과 속수무책으로 안타까워 하는 크라우스 중령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레이하운드호가 다른 구축함들과 항진중이다.
그레이하운드호가 다른 구축함들과 항진중이다.

전투함을 소재로 한 만큼, 제2차 대전 당시의 미 해군 함정 내 항해, 전투시 행동, 색적, 해상 포격 전 등이 유감없이 계속 보여지며, 베테랑 배우들의 호연 속에 그 카타르시스는 극도로 치솟아 올라간다.

전투 장면에선 5인치 단장 포로 바다 위 흔들리는 표적을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지가 잘 드러나고, 소나나 수상 레이더 탐색으로 유보트를 찾아 내는 과정이 면밀하게 보여진다.

그레이하운드호와 영국 해군 구축함 사이에 끼어서 8,8cm Schiffskanone(함포), 2cm C/30 기관포로 응전중인 독일 해군 U 보트.
그레이하운드호와 영국 해군 구축함 사이에 끼어서 8,8cm Schiffskanone(함포), 2cm C/30 기관포로 응전중인 독일 해군 U 보트.

특히 첫 전투를 치르며 경험이 부족한 지라 기뢰의 활용을 제대로 못하는 장면등이 나름 사실감을 주는 장면.

반대로 해전 매니아들은 크라우스 함장이나 승조원들의 대잠 전투 모습이 미군이 제2차 대전에 막 참전한 1942년 초라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숙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는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

훈련을 열심히 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실전 상황 아래서 소나 색적이나 적 잠수함 기동 방향 예측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점등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매우 훌륭하여 제2차 대전, 해전 매니아라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라 하겠다.

오랜만에 걸작 전쟁 영화를 보고 싶다면 역시 믿고 보는 톰 행크스와 그레이하운드,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한다.

근거리에서 독일 해군 U 보트와 접전. 대서양용인 U-Boat Type VII로 보인다.
근거리에서 독일 해군 U 보트와 접전. 대서양용인 U-Boat Type VIIC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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